노년층 우울증·치매, 영유아 발달지연…코로나에 조기진단 놓치는 질병들

유근형기자

입력 2022-03-30 10:29:00 수정 2022-03-30 15: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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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진단검사 시연 모습. 동아일보DB

직장인 강모 씨(43)는 최근 70대 후반인 아버지의 건강검진 결과를 접하곤 깜짝 놀랐다. 의사로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버지 강 씨는 5년 전 사별 후 혼자 지내고 있지만 은퇴 전 직장 동료들과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는 등 의욕적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지인 및 지역사회의 교류가 줄어든 것이 문제였다. 코로나19에 걸리면 위험할 수 있다는 아들 내외의 잔소리에 외출과 운동 시간도 줄였다. 기본적인 장을 보거나, 필수 외출시간을 제외하곤 집 안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아들 강 씨는 “예전보다 말이 조금 느려지신 것을 제외하곤 이상하다는 생각을 거의 못했다”며 “코로나19를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우울증 진단 소식을 듣고 죄책감에 괴롭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 씨의 다섯 살 딸은 최근 대학병원에서 발달지연 진단을 받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발음이 불명확해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겪게 되고, 결국 또래 집단과의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씨는 “아이의 성장 과정이 조금 느리다 느꼈을 뿐 이렇게 구체적인 병명이 있는 증상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며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면 병원에 가자며 조기진단을 미룬 게 정말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 노년층 우울증 치매 위험 증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검진을 미루거나 가벼운 증세는 병원에 가지 않고 버텼던 사람들 중 뒤늦게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건강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경우도 많다. 코로나19 2년을 거치며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질환들을 생애주기별로 정리해봤다.

노년층은 팬데믹 이후 가족 간 교류가 줄면서 건강에 타격을 가장 많이 입은 연령대다. 종교시설, 노인정, 복지회관 등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정신건강의학적인 문제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전과 비교해 노년층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2배 넘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라매병원 오대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60세 이상 노인 2308명을 추적해 노년기 우울증의 발병 위험이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우울증 병력이 전혀 없던 노인도 우울증 발병 위험이 2.4배 증가했다. 특히 가족모임 시간이 주당 1시간 미만으로 줄어든 노인은 주당 1시간 이상 가족모임을 갖는 노인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2.2배 높았다. 연구팀은 “노인의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 가족들의 관심 뿐 아니라 지자체 차원의 심리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도 코로나19로 인해 조기진단이 늦어지고 있는 대표적 질병이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향후 병의 진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미만의 치매 조기발견 사례는 약 7만 명으로 전체 치매환자의 9.7%에 불과한 실정이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직계가족 중 치매병력이 뚜렷하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 가까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코로나로 조기발견이 다소 주춤한데, 60대 이상 부모 세대 뿐 아니라 4050대 장년층도 치매 조기진단을 받아보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 외 감염병 위험성 증가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환자 수는 줄고 있지만, 실제 질병의 위험도는 더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 역량이 코로나19에 집중되면서 조기진단 및 치료관리에 어려움이 늘고 있는 다른 감염병들이 대표 사례다.

특히 결핵은 수년째 환자수가 줄고 있지만, 사망자는 더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결핵 사망자 수는 2020년 기준 149만 명으로 10년 만에 증가세(5.6%)를 나타냈다. 코로나19에 이어 감염병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 결핵 환자가 더 늘고 결핵 중환자 및 사망자도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병원 이용이 줄고, 결핵 진단 치료가 지연되면서 중증 진행과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만성질환자들의 의료 이용도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의료서비스 경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외래 방문은 15세 이상 인구의 54.1%로 전년보다 6.7% 줄었다. 결핵을 비롯해 고혈압, 당뇨병, 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진료를 받은 인구 비율 역시 23.5%로 3년 연속(2019년 29.8%, 2020년 25%)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의료기관 이용 중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사람의 비율은 31.2%로 전년보다 16.5%나 증가했다.

결핵만큼 의료계의 우려가 큰 감염병 중 하나가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이다. 코로나19로 보건소 관련 업무가 축소되면서 HIV 검사 규모는 2020년 약 763만 건으로 전년보다 4.5% 감소했고, 실제 HIV 발생건수도 같은 기간 16.9% 줄었다. 조기진단과 관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HIV 환자의 진단 지연이 치료율 저하, 합병증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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