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과 철강관세 협상계획 없다”… 업계 “가격경쟁력 역차별” 한숨
뉴욕=유재동 특파원 , 이건혁 기자
입력 2022-03-25 03:00 수정 2022-03-25 05:01
트럼프때 한국 철강에 부과한 쿼터제…美상무 “韓과 협상 우선순위 아니다”
유럽-日-英과는 관세 정상화 합의…미국 시장 韓경쟁력 악화 불보듯
국내업계는 쿼터제 폐지-수정 요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과의 철강 관세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철강과 알루미늄의 대미 수출 물량이 제한된 한국은 이를 풀기 위한 미국과의 재협상이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국은 철강 수출 관련 쿼터 조정을 하면서 지난 행정부에서 일종의 합의를 맺었다”며 “한국과의 재협상은 지금 미국에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6월 유럽과 일본 등 외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전격 부과했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것이었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에 유럽연합(EU) 등이 보복 관세로 맞서며 서방 국가들 간의 동맹에 균열이 났다. 한국은 중국산 철강을 우회 수출하는 통로로 지목받아 규제 리스트에 올랐다.
다만 한국은 이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과 알루미늄의 수출 규모를 2015∼2017년 3년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에 합의를 봤다. 이에 따라 한국의 철강 제품 수출 물량은 사실상 연간 263만 t으로 제한됐다. 수출 제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위축에 한국산 철강 수출 물량은 연평균 383만 t에서 200만 t 안팎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조치를 하나둘씩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EU와 매년 330만 t 분량의 철강 제품 무관세 수입에 합의한 미국은 올 2월에는 매년 125만 t의 일본산 철강 제품에 관세를 면제했다. 22일에는 영국과도 관세 분쟁 종식에 합의했다.
미국의 이 같은 일련의 합의로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 한국 정부는 최근 들어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16일 “쿼터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많은 국가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다”면서 추가적인 관세 재협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미국에서 한국산 철강은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역차별을 받을 우려가 크다. 한국 정부는 재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외교전에 계속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만일 쿼터제의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세부 요건을 개선하는 방식의 대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에 대비해 쿼터제를 일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진되지 않은 쿼터 물량의 이월 제도, 한국의 요청이 있을 때 협의 의무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경쟁국의 일부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 철폐는 분명 불리한 요인”이라며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유럽-日-英과는 관세 정상화 합의…미국 시장 韓경쟁력 악화 불보듯
국내업계는 쿼터제 폐지-수정 요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과의 철강 관세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철강과 알루미늄의 대미 수출 물량이 제한된 한국은 이를 풀기 위한 미국과의 재협상이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국은 철강 수출 관련 쿼터 조정을 하면서 지난 행정부에서 일종의 합의를 맺었다”며 “한국과의 재협상은 지금 미국에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6월 유럽과 일본 등 외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전격 부과했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것이었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에 유럽연합(EU) 등이 보복 관세로 맞서며 서방 국가들 간의 동맹에 균열이 났다. 한국은 중국산 철강을 우회 수출하는 통로로 지목받아 규제 리스트에 올랐다.
다만 한국은 이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과 알루미늄의 수출 규모를 2015∼2017년 3년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에 합의를 봤다. 이에 따라 한국의 철강 제품 수출 물량은 사실상 연간 263만 t으로 제한됐다. 수출 제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위축에 한국산 철강 수출 물량은 연평균 383만 t에서 200만 t 안팎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조치를 하나둘씩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EU와 매년 330만 t 분량의 철강 제품 무관세 수입에 합의한 미국은 올 2월에는 매년 125만 t의 일본산 철강 제품에 관세를 면제했다. 22일에는 영국과도 관세 분쟁 종식에 합의했다.
미국의 이 같은 일련의 합의로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 한국 정부는 최근 들어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16일 “쿼터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많은 국가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다”면서 추가적인 관세 재협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미국에서 한국산 철강은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역차별을 받을 우려가 크다. 한국 정부는 재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외교전에 계속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만일 쿼터제의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세부 요건을 개선하는 방식의 대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에 대비해 쿼터제를 일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진되지 않은 쿼터 물량의 이월 제도, 한국의 요청이 있을 때 협의 의무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경쟁국의 일부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 철폐는 분명 불리한 요인”이라며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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