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에게 돌아간 ‘로마 박사 신부’… “화내지 않는 사제 돼야죠”
전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3-14 03:00 수정 2022-03-14 03:12
전주 문정성당 안봉환 주임신부
국내 유이한 ‘로마 박사 학위’ 두개
신학원-대학-주교회 거쳐 본당으로
“다 하느님 선물… 신자들 잘 돕고파”
천주교 전주교구 문정성당 안봉환 신부(54)는 로마 유학파를 비롯해 학구적인 신부들 사이에서 전설적 존재다. 그 어렵다는 ‘로마 금메달’을 두 개나 땄기 때문이다.
최근 전북 전주시 완산구 문정성당에서 만난 그는 금메달이 화제에 오르자 빙그레 웃으며 액자 하나를 꺼냈다. 로마 유학 중 취득한 박사 학위증서다. “여기 노랗고 동그란 금박 보이죠. 이게 공부하는 신부들 사이에서 금메달로 통해요 하하. 교구 비용으로 유학 갔으니 금메달 따서 귀국하려고 고생들 참 많이 하게 됩니다.”
그는 10년간 유학하면서 교황청립 성 안셀모대와 라테라노대에서 각각 전례학과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은메달 격인 석사 학위까지 보태면 금2, 은3 보유자다. 국내 가톨릭 사제로 두 개의 금메달을 보유한 이는 그와 원주교구의 한 신부뿐이다.
그뿐만 아니다. 그는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 이탈리아어 라틴어 그리스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무려 7개 언어에 능통하거나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귀국 뒤 그는 2011년 전북 완주군 고산성당 주임 신부에 이어 전주 가톨릭신학원장과 광주가톨릭대 교수를 지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부하는 사제의 길이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하느님 뜻을 어찌 알 수 있으랴? 그는 2018년 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생각하지도 않은 업무를 맡자마자 사제와 관련된 미투 사건, 극단적인 성향으로 논란을 일으킨 워마드의 성체(聖體) 훼손 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졌다.
“3년간 홍보국장으로 일하면서 제 삶을 성찰하고, 가톨릭교회와 우리 사회 전체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지난해 고향에서 멀지 않은 문정성당에 부임한 그는 오랜만에 본당 사목 소임을 맡고 보니 기쁘기도 하지만 두렵고 떨린다고 했다. 보좌 신부로 2년, 시골 본당의 주임으로 1년을 보낸 것이 본당 생활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비가 새고 균열이 심한 가건물 상태의 본당을 새롭게 건축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그는 “본당 주임신부는 사제 생활에서 ‘꽃 중의 꽃’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경험으로 따지면 왕초보에 가깝다”며 “신자들이 새 성전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교황청을 비롯해 가톨릭교회의 구조와 관행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책도 번역해 출간할 예정이다.
하느님의 선물로 금메달을 두 개나 받았다는 그의 꿈은 소박하다. “갑작스럽게 여기저기로 보내는 하느님 속을 어떻게 알겠어요?(웃음) 다만, 신자들과 잘 어울리는 사제, 화를 내지 않는 사제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전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국내 유이한 ‘로마 박사 학위’ 두개
신학원-대학-주교회 거쳐 본당으로
“다 하느님 선물… 신자들 잘 돕고파”
지난해 천주교 전주교구 문정성당 주임 신부로 부임한 안봉환 신부. 문정성당 제공
천주교 전주교구 문정성당 안봉환 신부(54)는 로마 유학파를 비롯해 학구적인 신부들 사이에서 전설적 존재다. 그 어렵다는 ‘로마 금메달’을 두 개나 땄기 때문이다.
최근 전북 전주시 완산구 문정성당에서 만난 그는 금메달이 화제에 오르자 빙그레 웃으며 액자 하나를 꺼냈다. 로마 유학 중 취득한 박사 학위증서다. “여기 노랗고 동그란 금박 보이죠. 이게 공부하는 신부들 사이에서 금메달로 통해요 하하. 교구 비용으로 유학 갔으니 금메달 따서 귀국하려고 고생들 참 많이 하게 됩니다.”
그는 10년간 유학하면서 교황청립 성 안셀모대와 라테라노대에서 각각 전례학과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은메달 격인 석사 학위까지 보태면 금2, 은3 보유자다. 국내 가톨릭 사제로 두 개의 금메달을 보유한 이는 그와 원주교구의 한 신부뿐이다.
그뿐만 아니다. 그는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 이탈리아어 라틴어 그리스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무려 7개 언어에 능통하거나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귀국 뒤 그는 2011년 전북 완주군 고산성당 주임 신부에 이어 전주 가톨릭신학원장과 광주가톨릭대 교수를 지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부하는 사제의 길이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하느님 뜻을 어찌 알 수 있으랴? 그는 2018년 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생각하지도 않은 업무를 맡자마자 사제와 관련된 미투 사건, 극단적인 성향으로 논란을 일으킨 워마드의 성체(聖體) 훼손 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졌다.
“3년간 홍보국장으로 일하면서 제 삶을 성찰하고, 가톨릭교회와 우리 사회 전체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지난해 고향에서 멀지 않은 문정성당에 부임한 그는 오랜만에 본당 사목 소임을 맡고 보니 기쁘기도 하지만 두렵고 떨린다고 했다. 보좌 신부로 2년, 시골 본당의 주임으로 1년을 보낸 것이 본당 생활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비가 새고 균열이 심한 가건물 상태의 본당을 새롭게 건축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그는 “본당 주임신부는 사제 생활에서 ‘꽃 중의 꽃’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경험으로 따지면 왕초보에 가깝다”며 “신자들이 새 성전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교황청을 비롯해 가톨릭교회의 구조와 관행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책도 번역해 출간할 예정이다.
하느님의 선물로 금메달을 두 개나 받았다는 그의 꿈은 소박하다. “갑작스럽게 여기저기로 보내는 하느님 속을 어떻게 알겠어요?(웃음) 다만, 신자들과 잘 어울리는 사제, 화를 내지 않는 사제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전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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