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격으로 파괴된 세계 최대 항공기 ‘므리야(AN-225)’ 이야기[떴다떴다 변비행]

변종국 기자

입력 2022-03-13 11:51:00 수정 2022-03-13 13: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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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참담한 전쟁 속에서 항공업계가 매우 슬퍼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이자 수송기, 화물기인 안토노프 AN-225 ‘므리야(Mriya)’ 항공기가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 됐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정부 공식 트위터에 하나의 글이 올라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 ‘므리야’는 키이우 근처의 비행장에서 러시아에 의해 파괴됐다. 우리는 비행기를 다시 만들 것이다. 강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우크라이나의 꿈을 이루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므리야가 주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격납고가 파괴된 것 같다. 므리야가 파괴된 것 같다”는 일각의 추측이 공식화 된 겁니다.

우크라이나 공식 트위터 캡처
● “꿈”이라는 뜻을 품은 므리야
AN-225(레지넘버: UR82060)는 아이러니하게도 공격을 감행한 러시아의 전신인 구 소련에서 만든 초대형 수송기입니다. 므리야는 우크라이나어로 ‘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행사 때 므리야를 띄울 만큼 국가의 상징과도 같은 항공기입니다.

무게는 약 285t으로 초대형 여객기인 A380-800 항공기보다 10t 정도 무겁습니다. 길이는 84m, 윙스팬(날개를 폈을 때 양 끝 사이 거리)은 88.4m입니다. A380-800 보다 길이는 11m, 윙스팬은 9m 정도 길죠. 높이는 18.1m입니다. 최대 이륙 중량은 640t입니다. 엄청난 이 제원을 감당하기 위해 4.1t짜리 엔진이 무려 6개나 달려 있습니다. 랜딩기어는 좌우 7개, 전면 기어까지 포함하면 바퀴 개수만 32개입니다. 최대 시속은 850km 지만, 화물을 싣고 날아야 하기에 그 보다는 낮은 속도(시속 700~800km) 비행을 합니다. 빈 비행기를 기준으로 항속 거리는 1만5400km 정도지만, 200t정도의 화물을 싣고는 4000km를 날 수 있습니다.

안토노트 홈페이지 캡처

므리야는 ‘안토노프’라는 우크라이나 항공기 서비스 업체에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화물기처럼 거의 매일 정기적으로 운영이 되는 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호스토멜 공항에서 보관이 주로 되다가, 비행 스케줄이 잡히면 운항을 합니다. 다른 해외국가나, 기업, 항공사들에게 임대를 해주기도 했죠.

유류비가 만만치 않아서 1년에 몇 번 날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므리야가 비행을 하는 날이면 항공인들과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습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므리야는 공격을 받기 전 키이우 인근 호스토멜 공항에서 엔진 정비를 하려고 주기가 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안토노프사가 운영하는 또 다른 항공기 중 AN-225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집은 작은 AN-124 항공기가 있습니다. 이 항공기는 다른 곳으로 피신을 한 상태였지만, 므리야는 포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파손된 므리야 항공기의 모습. 트위터 캡처


● 세계 최대 수송 능력
므리야는 약 250t의 수송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장비는 물론 전차, 기관차, 헬기 등을 실어 나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화물기인 B747-8F가 약 130t, A380F가 약 150t을 실어 나를 수 있는데요. 이들과 비교하면 므리야 능력이 새삼 더 대단해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도 많은 활약을 했습니다. 마스크 등 방역물자를 전 세계로 수송하는데 쓰였습니다. 워낙 큰 항공기라서 조종을 하려면 특별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므리야는 항공기 앞부분(노즈)이 위로 꺾여 열리면서 앞 쪽에서 화물을 싣게 되는데요. 비행기가 높다보니 화물을 쉽게 적재하기 위해서 앞바퀴가 앞 쪽으로 굽혀지면서 항공기 높이를 낮춰 줍니다. 무릎을 꿇는 듯 한 모습인데요, 업계에서는 이런 동작을 코끼리 댄스(Elephant‘s danc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안토노트 트위터 캡처

안토노트 트위터 캡처

● 우주선을 실어 나르기 위해 태어난 므리야
므리야는 소련의 우주선 부란(Buran)을 실어 나르기 위한 용도로 탄생한 항공기입니다. 부란을 만드는 곳에서 카자흐스탄에 있는 공군기지까지 부란을 이동시켜야 했습니다. 워낙 큰 우주선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우주선을 옮길 수 있는 항공기를 만들자고 생각한 겁니다. 부란을 옮기기 위한 미야시쉬체프 VM-T라는 우주선 수송기가 있었습니다만, 연식도 오래되고 수송 능력이 불안정해서 므리야가 필요했죠.

므리야는 당초 화물기가 아니라 수송기였던 겁니다. 므리야는 개발 구상이 시작된 지 약 3년 만인 1988년 12월 21일 부란을 실어 나르는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1991년 소련 붕괴되면서 소련의 우주 개발 계획이 중단이 됩니다. 그리고 이때 소련은 AN-225 한대를 더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련 붕괴로 1994년부터 제조는 물론 기존에 있던 AN-225도 엔진이 해체된 채 방치가 됩니다.

소련의 우주선 부란의 모습. 출처: 플리커(bufalu)

소련 해체 이후에 우크라이나에 있던 안토노프사가 므리야의 화물 수송 능력을 활용하려고 항공 운송회사를 만들었죠. 재조립과 정비 등을 통해서 2001년 므리야는 다시 하늘을 날게 됩니다. 구 소련 당시 므리야를 제작, 관리했던 회사가 우크라이나에 있었던 덕분에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가 므리야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미완성의 AN-225는 우크라이나의 한 건물에 방치된 채로 남아있습니다. 문의 위치 등이 므리야와는 조금 다른 형태라고 알려지지만 사실 거의 비슷한 모양입니다. 업계에서 2억~3억 달러 정도 있으면 조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는 있습니다. 한때 중국에서 AN-225에 대한 기술을 이전 또는 인수해서 조립을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결국엔 이뤄지지 않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안토노트 트위터 캡처


● 한국과의 인연, 그리고 복원 가능성
므리야는 한국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최초의 기록은 2010년 3월 22일이라고 하는데요. 룩셈부르크의 한 회사가 므리야를 빌려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므리야에는 삼성중공업의 55t짜리 원유 시추장비가 실려 있었습니다. 므리야의 이착륙을 위해서는 활주로 길이가 3500m 정도는 돼야 한다고 합니다. 인천국제공항 3번 활주로가 4000m여서 3번 활주로를 활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인천공항의 나머지 활주로가 3750m여서 이론상으로는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비상상황 등에 따른 안전거리를 고려할 때는 3번 활주로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므리야‘가 복원될 희망이 있을까요? AN-225의 제작사 안토노프를 소유하고 있는 국영방산업체 ’우크로보론프롬‘사는 최근 므리야를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복원에는 3조5000억 원이 들며 최대 5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죠. 복원 비용은 파괴의 원인을 제공한 러시아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면서, 완성되지 못하고 수년간 보관돼온 AN-225 2호기도 다시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복원비용을 내줄지는 미지수입니다.

므리야를 직접 본 한 기장님은 “위엄이 엄청나다. 므리야를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므리야의 파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도 큰 슬픔입니다. 세계 최대 항공기라를 타이틀이 사라진 것도 아쉽지만, 우크라이나의 상징이자 국민의 꿈, 자존심이었던 항공기의 파괴 소식은 더 안타깝습니다.

우크라니아 국민들에겐 ’꿈‘ 이었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파옵니다.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다시금 일어서길, AN-225 므리야가 다시금 비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전쟁으로 인해 고인이 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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