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5개월 연속 3%대 상승… 우크라 사태에 “고물가 장기화 우려”

세종=김형민 기자 , 박민우 기자

입력 2022-03-05 03:00 수정 2022-03-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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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소비자물가 3.7% 올라… 유가 19% 뛰고 외식비도 껑충
정부, 5년만에 물가장관회의… 유류세 인하 7월까지 연장
사태 악화땐 인하폭 늘리기로


홍남기 “물가 대책은…”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정부서울청사에서 5년여 만에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2월 소비자물가가 5개월째 3%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대까지 치솟을 정도로 크게 올랐고 외식 등 다른 물가도 상승세다. 글로벌 공급망 경색 속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도 자극받고 있어 물가 상승 압박은 계속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 전방위적 물가 상승세 지속

통계청이 4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5개월 이상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2012년 2월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뒤 약 10년 만이다.

브렌트유가 3일(현지 시간) 배럴당 110.46달러로 2014년 7월 이후 7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게 주원인이다. 석유류가 19.4%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자극했다. 휘발유가 전년 대비 16.5% 오른 것을 비롯해 경유(21.0%), 등유(31.2%),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3.8%) 등이 크게 올랐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3일 보고서에서 “올해 내내 러시아산 물량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면 브렌트유는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아직 직접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러시아산 원유의 약 70%가 구매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가 불안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외식 부문은 6.2% 올라 2008년 12월(6.4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공공요금은 2.9% 올랐고 보험서비스료(13.4%), 공동주택 관리비(6.2%) 등을 합친 개인서비스 물가도 4.3%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3%대 상승률을 지속했다.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 물가 상승 영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했다.
○ 유가-환율 동반 상승에 물가 불안 장기화
물가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큰 요인은 환율이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환율이 오르면 수입 비중이 높은 농축수산물, 에너지, 원자재 등의 원화 환산 가격이 덩달아 오른다. 가뜩이나 글로벌 공급망 병목,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이 품목들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충격을 받아 물가 불안이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

물가 고공행진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이날 5년여 만에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최근 물가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해서다. 하지만 악화되는 글로벌 정세 때문에 자극받은 물가를 정부 대책으로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우선 올해 4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20% 인하와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조치를 7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기름값이 더 오르면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 3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에너지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제3국 수입 등 대체물량 도입을 추진하고 필요 시 석유공사가 해외 생산하는 원유 3000만 배럴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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