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꽂힌 명품 브랜드… 경쟁하듯 플래그십 매장

이지윤 기자

입력 2022-03-03 03:00 수정 2022-03-0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구찌, 상반기중 한남동에 레스토랑… 피렌체-도쿄 등 이어 세계 4번째
브라이틀링은 세계 최대 매장 오픈
국내 명품시장 17조원 규모로 성장… 업계 “글로벌 관심도 급격히 높아져”


지난달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선보인 브라이틀링 키친.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은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총 2개 층으로 750m²(약 227평) 규모다. 브라이틀링은 세계 최초로 이곳에 레스토랑을 선보이고 토마호크 스테이크, 생면 파스타 등을 판매한다. 5성급 호텔 출신 파티시에들을 영입한 카페에선 9000원짜리 음료와 각종 디저트를 선보인다. 미국 뉴욕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티셔츠, 머그잔 등도 판다. 브라이틀링 관계자는 “시계 제작이라는 핵심 사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한 도약점”이라고 말했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이 최근 서울에 글로벌 ‘최대·최초’의 플래그십 매장을 내면서 서울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플래그십 매장은 일반 매장과 달리 주력 제품을 팔면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럭셔리 소비의 큰손으로 떠오른 한국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 패션 명품 매장에서 즐기는 코스 요리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구찌 가옥.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선보인 매장인 ‘구찌 가옥(Gucci Gaok)’에 레스토랑인 ‘구찌 오스테리아’를 열 계획이다. 상반기(1∼6월) 오픈이 목표다. 구찌가 이번에 레스토랑을 여는 건 이탈리아 피렌체, 미국 베벌리힐스, 일본 도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다. 지난해 개점한 도쿄 매장에서는 일본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이탈리안 코스요리가 인당 10만∼15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구찌가옥은 한국 전통주택인 가옥(家屋)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장 곳곳을 색동으로 꾸미는 등 한국적인 정취를 담으면서도 신상품 스니커즈를 증강현실(AR)로 신어볼 수 있는 등 각종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지포어 서울. 각 사 제공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 지포어는 지난해 말 글로벌 최초 플래그십 매장을 강남구 도산공원 앞에 냈다. 지포어를 유통하는 코오롱FnC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최근 급격히 높아졌다”며 “과거 일본 도쿄였던 아시아 패션 거점이 서울로 많이 넘어왔다”고 했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매장에서 앞세운 건 이처럼 각종 체험형 콘텐츠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색 경험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가격, 빈도 등 측면에서 심리적 장벽이 낮은 미식 콘텐츠가 인기다.
○ 고객 몰입도 높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
명품업계가 서울을 공략하는 배경엔 최근 ‘럭셔리 큰손’으로 떠오른 국내 소비자들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41억6500만 달러(약 16조9980억 원)로 미국, 중국 등에 이어 전 세계 7위다. 독특한 플래그십 매장은 브랜드 몰입도와 주목도를 높이는 데 유용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온라인에서는 인테리어, 운영방식에 제약이 많아 정체성 표출에 한계가 있다”며 “충성도를 높여야 롱런할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 특성상 서울 핫플레이스 내 건물 하나를 매입, 임차하는 비용을 감수하고서도 플래그십 운영에 나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플래그십 매장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이기도 하다. 이달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글로벌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프랑스 니치 향수 딥티크는 향수 외에도 식기, 오브제 등 상품을 선보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상품군을 확장하는 게 화두”라며 “플래그십은 각종 제약이 덜한 만큼 더 많은 상품군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