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자금으로 쓰이는 비트코인?…어떤 구조길래

뉴시스

입력 2022-02-25 17:23 수정 2022-02-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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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비트코인이 양국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비트코인 기부 행렬이 이어지는가 하면 러시아가 서방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 제도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특성과 익명성을 가진 탓이다.

25일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비트코인 기부가 급증했다. 24일(현지시간) 12시간 동안 40만달러(약 4억8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 ‘컴백 얼라이브’에 기부됐다.

러시아도 비트코인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러시아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러시아 정부가 암호화폐를 활용해 이를 회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탈중앙화 때문이다. 전자지갑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송금하는 작업은 기존 금융권이나 은행을 통하지 않는다. 지갑 소유자를 추정하기도 쉽지 않다.

컴백 얼라이브는 SNS에 암호화폐를 송금할 수 있는 지갑 주소를 공지하고 있다. 해당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기부하면 금융기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제를 차단하더라도 이를 우회할 수 있어서다. 침공으로 인한 통화 불안정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전 세계로부터 기부를 받기에도 용이하다. 해외 어느 국가에서 기부하더라도 환전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는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자금 제재가 금융망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비트코인을 통해 이를 피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재안을 발표하며 “우리는 (러시아의) 4개 주요 은행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규모상 두 번째로 큰 은행인 VTB를 비롯해 국영 스베르은행과 이들 은행 자회사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주요국의 제재는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통상적으로 금융망을 통해 제재가 이뤄진다. 전 세계의 은행은 돈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파악한다.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라 제재 대상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하고 이를 당국에 보고한다. 은행이 금융 제재의 ‘눈과 귀’가 되는 셈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P2P(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금융 생태계 바깥에 있다는 게 특징이다. 금융 생태계는 중앙에서 관리하는 주체가 존재하는 반면 P2P 거래는 관리 주체가 없다. 개인이 직접 현금을 주고받으면 계좌이체와 다르게 거래자나 내역을 추적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셈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주고받는 지갑도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지갑을 만드는 데 실명과 같은 개인정보도 불필요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는 직접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성준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장(앤드어스 대표)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누구도 통제 불가능한 네트워크”라며 “북한을 비롯해 금융 제재를 받는 나라가 암호화폐를 활용한 채널을 자금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규제 당국과 업계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호화폐 거래도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첸 아라드 암호화폐 모니터링 업체 솔리더스랩스 공동 설립자는 “암호화폐가 제재를 우회하는 도구로 거론된다는 것은 암호화폐가 성숙했다는 신호”라면서도 “정부가 암호화폐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점점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캐롤라인 말콤 블록체인 데이터 업체 체이널리시스의 국제 정책 책임자는 “지갑 주소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블록체인상에 암호화폐 거래 내역이 남아도 누구 소유인지 아는 방법이 간단하지 않다”며 “의심되는 지갑을 차단한다고 해도 사후에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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