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넘어… 성장과 확장 ‘두마리 토끼’ 잡는다

변종국 기자

입력 2022-01-28 03:00 수정 2022-01-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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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약 2022년]
국내 주요 기업 2022년 경영전략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산업 박차… SK는 혁신과 성장 키워드 앞세워
신성장동력 찾고 ESG 경영 속도
LG, 고객 중심 제품 경쟁력 강화… 한화-롯데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


게티이미지코리아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기업들은 생존 자체를 걱정했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팬데믹을 이겨내려 고군분투한 기업들은 어느덧 코로나 사태 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라는 불확실성 앞에 계속 움츠러들어서는 기업의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성장과 확장을 경영 화두로 내세우면서 올해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기업 총수들이 내놓은 올해 신년사의 키워드를 보면 기업들의 의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미래, 성장, 도전, 혁신, 고객 등이다. 불확실성, 위기, 대응, 극복 등의 표현이 주로 등장했던 코로나 사태 초기와는 사뭇 다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라는 메시지를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그동안 개발해온 기술과 제품들을 고객들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고객이 신뢰하는 ‘친환경 톱 티어(Top Tier) 브랜드’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SW)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신성장 사업들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2년은 우리 그룹이 그동안 기울여 온 노력을 가시화하여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해로 삼고자 한다”며 “전기차와 수소는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분야의 동력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과 전략을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2022년을 ‘혁신’과 ‘성장’의 해로 삼겠다는 목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경영진 회의에서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가속화를 주문했다. 글로벌 무대를 이끌 신성장 동력원을 여기서 창출해 내야 한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기업의 숙명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기업의 전략적 선택 폭이 커져서 결국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를 이끌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LG그룹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미래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양적 성장이나 단순한 수익성 중심의 성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업과 데이터 등 미래 성장 자산을 적극 축적해 ‘질(質)’ 중심의 성장 전략을 펼쳐 나가겠다는 것이다. 기존 전자 사업뿐 아니라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석유화학 고부가 제품, 5세대(5G) 통신 등 주력 사업 분야의 고객 기반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LG그룹은 최근 고객을 중심으로 ‘이기는 성장’과 ‘성공하는 변화’를 꾀한다는 지향점을 임직원들에게 제시했다. 구광모 ㈜LG 대표는 신년사에서 ‘고객 경험’을 강조했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올해는 ‘고객의 해’로 고객 없이 LG화학은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기업들의 신년 메시지에서 ‘고객’이라는 키워드가 많은 건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원칙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MZ 세대라 불리는 2030 세대들의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등장한 언택트 문화와 메타버스 등 새로운 개념은 기존 고객들의 소비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고객과 시장을 놓고 기업들이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한화그룹은 2022년을 100년 한화의 미래를 향한 도약의 해로 정했다. 특히 올해를 일상의 회복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대전환의 해로 보고 과감한 혁신과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항공우주와 그린에너지, 디지털금융과 같은 미래사업을 단기간 내에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바람이 거셀수록 활시위를 더욱 강하게 당겨야 한다”며 “지난 시간을 통해 증명된 우리의 위기 극복 역량과 도약의 본능을 믿고, 100년 기업 한화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롯데그룹도 올해 새로운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겠다는 각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브랜드, 디자인, IT 등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단기적인 성과만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롯데는 최근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에 진출해 항공과 지상을 연결하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통, 쇼핑, 관광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롯데가 교통 및 항공 인프라를 기존 사업과 연결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기업 총수들의 메시지를 보면 절박함이 묻어난다”며 “코로나 때문에 기업 성적표가 좋지 않았다는 핑계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새롭게 등장한 시장을 이끌지 못하면 결국은 실패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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