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 김정은 쏘고, 정용진 답하다[청계천 옆 사진관]

양회성 기자

입력 2022-01-12 10:54 수정 2022-01-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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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제 이미지와 인스타그램 측의 삭제 공지.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팔로워 76.6만 명을 자랑하는 재벌 인플루언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논란이 일주일째 온라인을 핫하게 달구고 있습니다.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상당한 매출을 차지하고 있던 커피브랜드 스타벅스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이마트 등 신세계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자 정 부회장은 ‘멸공’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수습하는 분위기입니다. 정 부회장은 최근 게시물에서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다”며 “내가 사는 나라에 언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는 불안한 매일을 맞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마음을 얘기한 거다”라는 글로써 멸공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11일 오전 경북 구미시 구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구미형 일자리(LG BCM) 공장 착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양극재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1일 경북 구미시에서는 ‘구미형 일자리’ 공장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 착공을 축하하는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죠. 행사 시작을 몇 시간 앞둔 시각,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발사체를 발사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2일자 기사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1월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북한 미사일 발사 기사와 함께 “OO”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삭제했는데, 이쯤이면 빈 칸에 알맞은 말은 누구든 예측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한 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신세계)직원들은 정 부회장의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을 것이다”라며 “오너의 SNS 활동이 기업 브랜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잠재적 리스크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시험발사 현장에 참관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지난 5일 아침에도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에 참석하기로 예정된 날이었죠. 정 부회장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멸공’ 해시태그를 걸었습니다.

북한은 새해부터 연달아 미사일을 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정치권보다 오히려 대기업 부회장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모양새입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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