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명품 보복소비’ 보고 자란 아이들 “명품 사주세요” 모방 소비
이지윤 기자
입력 2022-01-04 03:00 수정 2022-01-04 11:53
부모 ‘온리 미’ 트렌드 자녀에 확대… 짝퉁 가방-종이모형백 제작 인기
외제차 본뜬 전동차, 호캉스도 열풍… “소비 패턴 무분별한 전이 우려”
서모 씨(36·서울 양천구)는 최근 딸에게 명품 짝퉁 가방을 여러 개 사줬다.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들이 자녀와 명품백을 나란히 멘 사진을 보고 따라 해보고 싶었다. 그는 “가방이 귀여운 데다 딸도 어린이집 친구들이 메고 다닌다고 졸라서 샀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본격화된 명품 보복소비의 영향이 최근 유아와 어린이, 초등학생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밀레니얼세대 부모의 명품 소비 열풍이 모방 소비라는 형태로 자녀들에게 붙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아와 어린이 사이에서는 명품 짝퉁 가방이 생일 선물용으로 인기다. 온라인에서 ‘키즈샤넬’ 등으로 검색하면 1만∼3만 원대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샤넬 클래식백부터 에르메스 버킨백, 구찌 마몬트백 등 브랜드별로 다양하다. 최모 씨(34·경기 고양시)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나도 샤넬 가방을 갖고 싶다’고 말해 놀랐다. 그는 “최근 명품 가방을 사기 전에 백화점에 함께 가서 둘러봤었는데 그걸 기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치원에선 명품 가방을 종이 모형으로 만드는 활동도 유행이다. 유아교육 교사 카페나 맘카페에는 루이비통, 구찌 가방 등에 부모에게 감사 메시지를 쓴 도안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학부모들에게 인기 만점”이란 교사 후기부터 “아들에게 샤넬을 받다니 눈물이 찔끔 났다. 효자가 따로 없다”는 부모들의 반응까지 다양하다.
벤츠 아우디 BMW 등 인기 외제차를 본떠 만든 20만∼30만 원대 유아 전동차도 인기다. 밀레니얼세대 부모들 사이에서 수입차 소비가 급증한 영향이다. 호텔에 ‘BMW 키즈 드라이빙존’이라는 유아 전동차 탑승공간을 마련한 호텔 패키지 상품까지 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남모 씨(39)는 “아들이 졸라 유아 전동차 체험을 할 수 있는 호텔 패키지를 택했다”며 “예약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명품만큼 인기인 건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 인증이다. 30대 직장인 이준영 씨는 “초등학생인 아이가 ‘우리도 아리아(조선호텔 뷔페) 가자’고 떼를 썼다”며 “식구들이 뷔페를 먹으면 30만 원은 넘는데, 친구들이 자랑하는데 우리만 안 가면 아이가 박탈감을 느낄까 봐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엄모 씨(54·여)는 “초등학생들이 학원에 오면 너도나도 호캉스 다녀온 걸 자랑한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고급소비를 선망하는 배경에는 보복소비나 ‘온리 미(only me·철저히 나를 위해 투자하는 소비)’ 트렌드를 이끈 젊은 부모가 있다. 국내 한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2030세대 명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늘며 전체 평균(38%)의 1.2배를 넘어섰다.
어른들의 명품 소비 패턴이 아이들에게 무분별하게 전이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는 “아이들이 고급소비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부모를 따라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유년기에는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을 주 양육자에게 받아들인다”며 “아이들에게 무의식 중 소비에 대한 획일적 사고를 심어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외제차 본뜬 전동차, 호캉스도 열풍… “소비 패턴 무분별한 전이 우려”
‘아동 샤넬 가방’ 등으로 검색하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어린이용 짝퉁 샤넬 가방(위 사진)과 유치원 학습 활동으로 아이들이 만든 구찌 종이 가방. 온라인몰, 블로그 화면 캡쳐
서모 씨(36·서울 양천구)는 최근 딸에게 명품 짝퉁 가방을 여러 개 사줬다.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들이 자녀와 명품백을 나란히 멘 사진을 보고 따라 해보고 싶었다. 그는 “가방이 귀여운 데다 딸도 어린이집 친구들이 메고 다닌다고 졸라서 샀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본격화된 명품 보복소비의 영향이 최근 유아와 어린이, 초등학생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밀레니얼세대 부모의 명품 소비 열풍이 모방 소비라는 형태로 자녀들에게 붙은 것으로 보인다.
○ 샤넬 짝퉁 가방에 루이비통 카드 쓰는 유치원생
최근 유아와 어린이 사이에서는 명품 짝퉁 가방이 생일 선물용으로 인기다. 온라인에서 ‘키즈샤넬’ 등으로 검색하면 1만∼3만 원대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샤넬 클래식백부터 에르메스 버킨백, 구찌 마몬트백 등 브랜드별로 다양하다. 최모 씨(34·경기 고양시)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나도 샤넬 가방을 갖고 싶다’고 말해 놀랐다. 그는 “최근 명품 가방을 사기 전에 백화점에 함께 가서 둘러봤었는데 그걸 기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치원에선 명품 가방을 종이 모형으로 만드는 활동도 유행이다. 유아교육 교사 카페나 맘카페에는 루이비통, 구찌 가방 등에 부모에게 감사 메시지를 쓴 도안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학부모들에게 인기 만점”이란 교사 후기부터 “아들에게 샤넬을 받다니 눈물이 찔끔 났다. 효자가 따로 없다”는 부모들의 반응까지 다양하다.
벤츠 아우디 BMW 등 인기 외제차를 본떠 만든 20만∼30만 원대 유아 전동차도 인기다. 밀레니얼세대 부모들 사이에서 수입차 소비가 급증한 영향이다. 호텔에 ‘BMW 키즈 드라이빙존’이라는 유아 전동차 탑승공간을 마련한 호텔 패키지 상품까지 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남모 씨(39)는 “아들이 졸라 유아 전동차 체험을 할 수 있는 호텔 패키지를 택했다”며 “예약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명품만큼 인기인 건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 인증이다. 30대 직장인 이준영 씨는 “초등학생인 아이가 ‘우리도 아리아(조선호텔 뷔페) 가자’고 떼를 썼다”며 “식구들이 뷔페를 먹으면 30만 원은 넘는데, 친구들이 자랑하는데 우리만 안 가면 아이가 박탈감을 느낄까 봐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엄모 씨(54·여)는 “초등학생들이 학원에 오면 너도나도 호캉스 다녀온 걸 자랑한다”고 전했다.
○ “어릴 때부터 보복소비 익숙… 무분별한 모방 우려”
아이들이 고급소비를 선망하는 배경에는 보복소비나 ‘온리 미(only me·철저히 나를 위해 투자하는 소비)’ 트렌드를 이끈 젊은 부모가 있다. 국내 한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2030세대 명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늘며 전체 평균(38%)의 1.2배를 넘어섰다.
어른들의 명품 소비 패턴이 아이들에게 무분별하게 전이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는 “아이들이 고급소비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부모를 따라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유년기에는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을 주 양육자에게 받아들인다”며 “아이들에게 무의식 중 소비에 대한 획일적 사고를 심어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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