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할 때 연기, 폐암 원인될 수도”…암 명의들이 말하는 예방법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입력 2021-12-30 03:00 수정 2021-12-30 08:2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분야별 전문가 20인이 뽑은 ‘명의’


2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발생한 신규 암환자 수는 25만4718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21만8000여 명에서 4년 만에 15% 이상 증가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모두가 암 걱정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폐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 간암의 국내 최고 명의 5명에게 새해 건강 조언을 구했다. 이들 5명은 본보가 올해 분야별 전문가 20여 명에게 설문한 결과 ‘본인이 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수술 명의다.

폐암은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형렬 교수, 위암은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김형호 교수, 대장암은 칠곡경북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최규석 교수, 췌장암은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김송철 교수, 간암은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교수의 조언을 받았다.

○ 폐암, 요리할 때 연기도 원인

폐암의 원인 중 약 70%가 흡연과 관련되어 있다. 금연을 하는 것이 폐암 예방을 위해 제일 중요하다. 흔히 20년 정도 금연해야 폐암 유병률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떨어진다. 상당히 긴 기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금연을 빨리 시작할수록 폐암 발생 위험도는 더 떨어진다. 간접흡연 피해도 심각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당장 금연해야 한다.

열을 가하는 요리를 하면서 나오는 연기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요리를 할 때는 창문을 열고, 밀폐된 곳이라면 환풍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만 54∼74세, 30년 이상 흡연한 사람은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2년마다 폐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비흡연자라 하더라도 3∼5년마다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는 것이 좋다.

○ 위암, 위내시경 정기 검사가 중요

위암은 생활 환경 요인과 세포 노화 과정에서 생긴다. 따라서 특별히 어떤 활동을 하거나 좋은 것을 먹어서 예방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 말아야 할 것, 먹지 않아야 할 것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은 위암 발병 위험도를 1.5배 이상 증가시킨다. 반드시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 또 단 한 잔의 알코올 섭취도 위암 및 상부소화장관암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종과 상관없이 금주해야 한다.

음식은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훈제식품 및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싱겁게 먹는 게 좋다. 가족력 등 위암 고위험군에서는 위암 발생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는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게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다. 40세 이상이라면 2년에 한 번씩, 위암 고위험군이라면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 대장암, 50세 이후 내시경 검사 필수

거의 모든 대장암은 암의 전 단계인 ‘선종’ 과정을 거친다. 이런 선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커지고 형태가 변해 수년에 걸쳐 암으로 바뀐다. 선종 단계에서 제거하기만 하면 이론적으로는 대장암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성인 남녀는 50세부터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족 중 대장암 내력이 있다면 더 일찍 더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주기적인 대장내시경이 가장 효과적이고 믿을 만한 대장암 예방법이다. 가족 간에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을 5년 주기로 나눠 대장내시경 검사권 등을 선물하는 것도 좋다.

내장 비만은 대장암 발생과 일부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 조절로 적정 체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과도한 동물성 지방 섭취와 대장암이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많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공지에 따르면 훈제 가염하거나 첨가제를 함유한 가공육은 공정 과정에서 발암 물질을 생성시킨다. 균형 잡힌 식단에 적정한 양의 육류를 먹는 것은 몸에 이롭지만 과도한 섭취를 피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육류를 먹을 경우 섬유소가 많은 채소와 과일을 함께 먹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대장암은 대부분 초기에 증상이 없다. 하지만 발생 부위에 따라 변비와 설사 등 배변 습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변을 볼 때 선홍색 피가 비치거나 검은 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만약 배변 후에도 변의가 가시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 혹은 빈혈이 있다면 꼭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 췌장암, 당뇨병·췌장염 있으면 정기 진료 받아야


췌장암은 특이할 만한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율이 5% 이하로 매우 낮다. 이미 진행된 췌장암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복통과 체중 감소 또는 황달이 나타난다. 췌장암의 위험 인자로는 흡연, 가족력, 만성 췌장염, 고열량 및 고지질 식사, 남성, 50세 이상의 고령, 방사선, 화학 물질, 오래된 당뇨병 등이 있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식문화가 서구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즐기고 있다. 고지방, 고열량식을 피하고, 과일과 채소 중심으로 식단을 바꿔야 한다. 빨리 걷기 등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오랫동안 당뇨병을 가지고 있거나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한 경우, 만성 췌장염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간암, 간염부터 예방해야

간암은 대부분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알코올성 및 지방간염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간암 발생의 1차 예방은 이러한 위험 인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60% 이상이 B형 간염 바이러스(HBV)에 감염된 환자다. 신생아 및 감염 위험이 있는 소아와 성인에게 HBV 백신을 접종해 B형 간염에 감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예방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감염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C형 간염은 대부분 오염된 혈액을 통해 전염되므로 소독하지 않은 침을 이용한 시술이나 부항, 문신 등 비위생적인 침 시술을 피하는 게 좋다. 장기간에 걸친 과도한 음주 역시 간경변증 및 이로 인한 간암 발생의 원인이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비만 및 당뇨병과 관련된 대사증후군 및 지방간도 간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진 만큼 비만과 대사증후군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음식이나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 위험 요인이 있는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들은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도록 간 전문의의 정기적인 검진과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한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