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너 마저도’ 올해 문과생 취업문 더 좁아졌다…“디지털 가속화”

뉴스1

입력 2021-12-27 16:55:00 수정 2021-12-27 16: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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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들의 은행권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은행마다 공개채용 규모를 축소하는 가운데 디지털 시대를 맞아 개발자 채용 비중은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행원 채용 과정에서도 디지털 역량 평가를 속속 도입하면서 문과생들의 설 자리는 더 줄고 있다. 은행권에선 디지털 인력 보강을 위한 채용 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해 문과생들의 취업 한파는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돈을 다루는 은행원은 그간 문과생들의 대표적인 직업으로 통했다. 하지만 비대면 디지털 전환의 성공이 은행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면서 관련 기술이나 플랫폼을 개발·운영할 이과 출신 인력이 많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과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의 경쟁자로 등장한 것도 이런 추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은행들은 통상 수백명씩 인력을 충원했던 기존의 정기공채 방식에서도 탈피하고 있다. 27일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정기공채 규모는 1382명으로 지난해(1119명) 대비 263명 늘긴 했지만 2018년(2584명)과 2019년(2158명)과 비교하면 반타작이 났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올해 일부 은행이 디지털 인재 영입을 위해 디지털·IT 부문 등을 대상으로 신입·경력직원 공개채용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문과생이 주로 지원하던 일반 부문 공개채용 규모는 되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210명에 그쳤던 IT 전문인력 채용 규모는 올해 2배 가량 증가했다. 올해 9월말 기준 5대 은행의 IT 전문인력 채용 규모는 412명으로 전년(350명)보다 늘었다. 은행권이 디지털 전문인력을 수시로 채용하면서 올해 은행권이 수혈한 IT 인력은 이보다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은 올해 9월 말까지 IT·데이터·디지털 전문인력을 159명 충원했다. 전년(100명)보다 59명 늘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이 기간 동안 각각 42명, 98명의 IT 전문인력을 채용했다. 전년 대비 각 7명, 66명 늘어난 규모다.

특히 은행권은 일반 부문을 제외한 IT 전문인력만을 뽑는 공개채용에도 나서고 있다. 또한 은행권이 채용 과정에 디지털 역량을 평가 항목에 도입하고 있어 문과생들이 체감하는 채용 한파는 더 매섭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디지털·IT 부문 공채만을 진행하면서 디지털 관련 공모전 대회 수상 이력과 관련 자격증 등을 가진 지원자를 우대했다. 또 채용 과정에서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인터뷰, 인공지능(AI) 역량검사 등을 도입했다.

국민은행은 유니버셜뱅커(UB, 일반·마케팅) 부문에서 영업역량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본 소양을 갖춘 인재를 채용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일반직 신입행원 공개채용에 디지털 관련 평가를 도입했다. 필기시험에는 지원자의 사고력과 이해력을 확인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평가가 포함됐고 디지털 에세이, AI 역량 검사 등의 과정도 있었다.

은행권에선 문과생들의 취업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본다. 은행권이 잇따라 영업점을 줄이고 있어 문과생들이 주를 이루는 일반 행원 채용 필요성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빅테크(Big Tech)의 금융업 진출이 속도를 내면서 개발자 인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022년 상반기 공개채용을 진행 중인데 일반분야뿐 아니라 IT분야만 별도로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디지털 자격증 보유자와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아카데미 이수자 등을 우대한다.

게다가 문과생들은 이공계열 출신의 취업 준비생뿐 아니라 앞으로는 AI 은행원과도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할 판국이다. 주요 은행들이 AI 은행원을 도입해 영업점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설명서를 읽어주는 등의 업무 영역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개발자 채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 채용 과정에서도 이른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분위기가 앞으로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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