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유저 중독 부추긴 ‘게임 셧다운제’[Monday DBR/이동원]

동아일보

입력 2021-12-20 03:00 수정 2021-12-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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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시간대(0시∼오전 6시)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게임을 금지했던 일명 ‘게임 셧다운제’가 2022년 새해부터 폐지된다. 2011년 11월 20일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 만이다. 강제적인 게임 셧다운 제도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도입 후 규제의 실효성을 두고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됐다. 먼저 해외 온라인 게임 업체들과 달리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들만 이 법을 준수해야 해서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 모바일 기반 게임 시장이 커지는 데 반해 규제는 PC 기반 게임에만 한정돼 게임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게임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두고 논쟁이 거셌다. 베트남과 태국도 셧다운제를 도입했으나 실효성 논란이 일면서 폐지됐다. 현재 가장 강력하게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에 게임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금요일, 주말, 휴일의 경우 1시간(오후 8∼9시)만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강제하면서 사실상 청소년의 게임 자체를 막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게임 셧다운제는 정책의 의도처럼 청소년 온라인 게임 이용자의 중독을 막는 역할을 제대로 했을까? 최근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음을 입증했다. 에머리대, 텍사스크리스천대, 연세대 연구진들은 한국의 강제적 셧다운 제도가 청소년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의 이용량 및 게임 내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했다. 연구진들은 2011년 7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온라인 게임 이용자 약 7200명의 게임 로그 및 매출 데이터를 한국 대형 온라인 게임 회사로부터 받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강제적 셧다운 제도는 청소년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의 평균 게임 이용 시간을 8.3%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만 봐서는 정책 의도가 달성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았다. 규제 효과가 이용자별로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강제적 셧다운 제도로 인한 게임 시간의 감소 효과는 기존에 게임 이용 시간이 적었던 이용자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반면 게임 시간이 길고, 온라인 게임 중독 가능성이 큰 게임 과몰입 이용자의 경우 규제 이후 오히려 게임 시간이 증가했으며, 이 같은 효과는 3개월 이상 지속됐다.

더군다나 강제적 셧다운 제도는 청소년 전반의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을 감소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온라인 게임 회사의 매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본래 게임에 과몰입한 이용자들이 지출을 더 많이 하는데, 규제가 도입된 이후 이들이 게임을 더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제적 셧다운 제도는 온라인 게임 회사 매출에는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강제적으로 게임을 차단하는 규제는 게임 중독 가능성이 적은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게임 중독의 고위험군인 과몰입 이용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앞으로 정부가 정책이나 규제를 도입할 때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이용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나 대응 행동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또 규제를 도입한 이후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이용자들이 규제의 영향을 받는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그에 따라 세부적으로 정책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 게임 회사도 중독이란 사회적 문제를 방관하지 말고 정책 입안자가 실질적인 근거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새해부터는 청소년 본인이나 학부모가 요청할 경우 게임 접속을 의무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 시간 선택제가 도입된다. 게임 시간 선택제도 데이터를 중심으로 그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이동원 홍콩과학기술대 경영대학 정보시스템(ISOM) 교수 dongwon@ust.hk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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