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은 살아있다

손효주 기자

입력 2021-12-20 03:00 수정 2021-12-20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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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붕어빵 성지’에 긴 줄
노점 감성 그대로 카페서 팔아
4개 1만3000원 고급화 상품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자리한 ‘총각네 붕어빵’의 붕어빵. 갓 구운 붕어빵이 온기와 고소한 냄새를 뿜어낸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을 사 먹기가 쉽지 않아졌다. 팥,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붕어빵 노점이 급격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붕어빵을 파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할 정도로 붕어빵을 찾아 나서는 이들이 많아진 가운데 특히 인기를 끄는 붕어빵 맛집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총각네 붕어빵’은 매서운 추위에도 손님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하얀 김이 새어나오는 틀 덮개를 열자 줄지어 누운 붕어빵들이 자태를 드러냈다. 이곳은 ‘붕어빵 성지’로 불린다. 주말에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그 맛을 볼 수 있다.

여기서 파는 붕어빵은 팥호두, 슈크림, 고구마, 피자의 4가지 맛. 1인당 최대 4개까지만 살 수 있다. 팥호두 1000원, 피자 2000원 등 붕어빵 치고는 다소 비싼데도 인기를 끄는 건 재료를 차별화했기 때문. 피자 붕어빵에는 쇠고기, 찰토마토, 자연치즈 등 17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반죽엔 우유를 섞어 고소함을 더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박기남 씨(53)는 “모든 재료를 직접 만들고 최상급 재료만 쓴다. 속도 최대한 꽉 채운다”고 했다.

붕어빵을 더 자주 먹고 싶어서 아예 붕어빵 카페를 차린 이도 있다. 붕어빵 노점을 그냥 지나쳐본 적이 없다는 윤다현 씨(28)는 올해 9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 카페 ‘붕메리카노’를 열었다. 카페엔 검은색 붕어틀이 장착된 기계와 밀가루 반죽이 든 양은 주전자가 놓여 있다. 노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팥(800원) 등 5가지 맛 붕어빵을 만든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길거리 붕어빵을 먹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 윤 씨는 “노점 붕어빵 틀과 주전자는 길거리 붕어빵 특유의 바삭한 식감은 물론이고 감성까지 구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고급 디저트로 변신한 붕어빵도 있다.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파리크로아상 붕어빵’의 붕어빵은 4개에 1만3000원. 파이생지로 만든 크루아상에 팥, 애플망고, 블루베리 등 8가지 속을 넣어 굽는다. 겉에 사탕수수를 묻혀 달콤함을 더했다. 붕어빵을 만드는 이는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이 있는 주인 최다혜 씨(28·여)다. 최 씨는 “관공서나 어린이집 등에서 행사용 간식으로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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