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우리 산 지켜온 금강소나무, 기후변화에 ‘생존 위기’

이기진 기자

입력 2021-12-17 03:00 수정 2021-1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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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5000여 본 고사… 지구온난화-평균기온 상승 탓
광합성 못해 ‘굶어죽는 사태’
산림청, 소나무 숲 가꾸기 등 피해 위험지역 관리 방안 마련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너’

시청률 20%를 웃돌았던 드라마 ‘하얀거탑’의 OST로 등장했던 바비킴의 ‘소나무’는 노랫말과 리듬도 좋았지만 소재가 소나무여서 국민들에게 더욱 친근감 있게 와 닿았을 것이다.

소나무 중에서도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시원하게 뻗은 금강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기개와 위엄을 보여준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귀한 소나무로 ‘특별대접’을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경북 울진군과 봉화군 등지의 금강소나무 군락지에서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도대체 금강소나무 숲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금강소나무 군락지에서 5000여 본 고사


경북 울진군과 봉화군에 걸쳐 3만 ha 규모로 분포하고 있는 금강소나무는 생장이 우수하고 형질이 빼어나다.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행정지명도 ‘금강송면’이다. 이곳은 조선 숙종 때부터 황장봉산으로 지정돼 보호되어 온 산림이다. 황장봉산은 왕실에서 필요로 하는 목재를 공급하던 산림으로 일반인의 벌채가 금지된 곳.

특히 최근에는 금강소나무 숲이 국민들의 휴양·관광 자원뿐만 아니라 목재, 임산물 서식 호조건으로 국가 중요 산림보호· 관리· 육성 대상지가 됐다.

하지만 2014년 소광리 금강소나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내 금강소나무의 집단고사가 확인된 이후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고사목이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이 일대 울진군(금강송면, 북면), 봉화군(춘양면, 소천면, 석포면) 및 주변에서 말라 죽은 금강소나무는 모두 4930본.

수백 년 동안 꿋꿋하게 우리 산을 지켜온 금강소나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기후변화로 높은 온도와 가뭄이 고사 원인


산림청이 2014년부터 이 일대 금강소나무의 집단 고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한 결과 집단고사는 토양 내 수분함량, 숲의 나이, 밀도와 높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과 봄철 가뭄 심화와 고온이 겹쳐 발생하는 이상기상이 고사의 주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

서울대 산림과학부 김현석 교수는 “소나무는 원래 타 수종보다 건조지역에서 잘 생육하는 내건성(耐乾性) 수종”이라며 “토양수분이 적은 능선부나 남사면, 남서사면에서도 자라고 여름철 가뭄에 다른 수종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반면 소나무는 비교적 잘 견딘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양수분이 부족하면 광합성량이 줄어 탄수화물 생산이 감소하고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탄수화물 고갈, 즉 굶어 죽게 된다는 것. 토양수분이 적은 능선부, 햇볕을 많이 받는 남사면·남서사면, 바람의 노출이 심한 지역 등에서 주로 고사목이 발생하는 이유다.

국리산림과학원 임종환 산림생태연구과장도 “나이 많고 큰 소나무는 어린 나무에 비해 호흡으로 인한 탄수화물 소비량이 많아 탄수화물이 빨리 고갈될 가능성이 크고, 숲이 빽빽해서 경쟁이 심한 곳은 수분부족으로 인한 광합성량 감소로 집단고사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금강소나무 보전 육성은 미래를 위한 과제



우리나라의 경우 지구온난화로 인한 평균기온 상승보다 겨울철 기온 상승이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적설량도 적어져 산림의 봄철 수분조건이 취약해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은숙 박사는 “겨울과 봄철에 높은 기온과 가뭄이 겹치는 이상기상이 발생할 경우 소나무의 고사 위험성이 높은 곳은 토양수분 조건이 열악하거나 경쟁이 심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해 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중심으로 ‘고사 발생 위험지도’를 제작했다. 또 이 일대 5개면으로 금강소나무 고사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산림과학원은 2018년 ‘소나무 임분의 솎아베기에 따른 지하부 탄소저장량 동태연구’를 통해 입목 간 경쟁 완화를 위한 간벌 등의 필요성을 제기한 뒤 간벌 후 남은 나무들의 생장이 촉진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산림청 임상섭 산림보호국장은 “고사 피해 위험지역으로 평가된 지역은 수분경쟁 해소를 위한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특히 소나무 생육스트레스를 낮춰주거나 스트레스 발생 예보시스템을 개발해 고사 발생 취약지역 및 보호가 필요한 핵심 소나무림에 대한 피해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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