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현장에선 “당장이야 숨통…두세달 뒤 다시 보릿고개”

뉴스1

입력 2021-11-11 14:39 수정 2021-11-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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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이 비축하고 있는 차량용 요소수 예비분이 민간에 공급이 시작된 11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인근의 주유소에 요소수를 실은 군 차량이 도착해 요소수를 하차하고 있다. 2021.11.11/뉴스1 © News1

정부가 요소수 수급 대란 해결을 위해 ‘마스크 대란’ 때처럼 긴급조치를 시행하는 것과 관련해, 화물차, 전세버스 등 운전자들은 당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현장에서는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요소·요소수 수급 안정화를 위한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를 제정해 1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12월31일까지 한시 적용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요소·요소수 관련 기업들은 일일 생산·수입·출고·재고·판매량(요소수), 사용·판매·재고량(요소) 등을 다음 날 정오까지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요소수 판매처는 주유소로 한정되고, 승용차는 최대 10L, 화물·승합차, 건설기계, 농기계 등은 30L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다만 업자가 건설현장이나 운수업체 등 특정 수요자와 직접 공급 계약을 맺은 경우는 예외이며, 판매처에서 차량에 필요한 만큼 직접 주입하는 경우 용량 제한에서 제외된다. 향후 수급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기 위해 두달간의 예상 수입량을 신고할 의무도 생겼다.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25톤 컨테이너 화물차를 운행하는 최진욱씨(43)는 “요소수 구매를 30L로 제한하는 건 서로 나눠 가져야 하는 거니 맞다고 본다”며 “900~1000원 하던 요소수 가격이 지금 천차만별이다 보니 그 정도라도 구할 수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최씨는 “수급조치로 오후 2시부터 요소수가 풀린다고 하는데 컨테이너 차량 먼저 준다고 한 점은 고맙다”면서 “요소수 관련 없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정말 이번 대란은 전쟁터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민 화물연대 여수 지부장은 “오늘부터 요소수를 푼다고 하는데 아직 효과가 피부로 느껴지진 않는다”라며 “오히려 수출입담당하는 컨테이너 차량 위주로 푼다고 해서 내수 담당인 카고 차량 운전자들로부터 민원이 많다”고 했다.

화물차주인 조찬근씨(47)는 “일반 주유소가 아닌 항만 주위 주유소 위주로 먼저 요소수가 풀린 걸로 알고 있다”며 “조치는 오늘부터 시행되지만 구하기 힘들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현장에서 30L를 구매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기도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방으로 내려가다가 주유소에 요소수가 없으면 올라오지를 못하니까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매출도 반 토막 나서 매일 같이 어디서 어떻게 풀리는지 뉴스만 보고 있다”고 했다.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를 운행하는 유진복씨(41)는 “항만 근처에 화물차들이 많이 다니니 우선적으로 요소수를 지급한 뒤에 고속도로에 지급한다고 하는데 임시방편이라 불안하다”며 “이게 얼마나 갈지, 현장에서는 열흘 안에 또 파장이 올 거란 말도 한다”고 했다.

유씨는 “수출의존도를 낮춰야 하는데 국내 공장에서 이윤이 안 나니 10년쯤 전부터 그만둔 거 아니냐”며 “차라리 국영기업이나 정부차원에서 요소수 관리를 하거나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밀고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25톤 윙트럭을 운행하는 김대선 전남화물연대 정책국장도 “당장이야 숨통은 트이겠지만 얼마나 가겠나”라며 답답해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운행 포기 차량들도 생겨나고 있고, 다음 주에는 폭발적으로 늘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지금은 불법인 선택적촉매장치(SCR) 개조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허이재 전국전세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조치를 안 취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주유소마다 친한 운전자에게 더 주는 식의 문제는 어떻게 막을 건가”라며 “마스크 대란 때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소 수입 문제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결국 임시방편이지 않겠나”라며 “공급선을 다양화하고 요소 수입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두세 달 뒤에도 ‘보릿고개’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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