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27톤 구하러 항공유 110톤 들여 軍수송기 호주 급파…왜?

뉴스1

입력 2021-11-10 20:23 수정 2021-11-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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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 (국방부 제공) 2021.7.18/뉴스1

정부의 호주산 요소수 긴급 수입결정에 따라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10일 호주를 향해 날아갔다.

이날 오후 7시25분쯤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는 호주 현지에서 요소수를 싣고 돌아올 예정이다.

군 당국이 KC-330의 이번 임무 수행시간은 호주까지 왕복 비행과 요소수 탑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 현지 급유 등을 포함해 ‘22시간+알파(α)’다. 따라서 KC-330은 11일 오후 5시~6시쯤엔 국내 공항에 다시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번에 군 수송기를 이용해 호주로부터 들여오기로 한 요소수는 2만7000ℓ다.

정부는 앞서 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호주산 요소수 2만ℓ를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가 이튿날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 주재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회의’에서 그 양을 7000ℓ 늘렸다.

그러나 요소수 2만7000ℓ를 톤수로 환산하면 27톤 상당으로 환경부 추산 국내 일일 요소수 소요량 600톤의 4.5%에 불과하다.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국내 모든 디젤 자동차를 1시간8분 동안 운행할 수 있는 양을 들여오기 위해 공군 수송기가 호주까지 날아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이번 수송기 운항에 소요되는 항공유(제트유)의 양이 요소수 수입량을 크게 웃돈다는 등의 이유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C-330은 유럽 ‘에어버스’사의 여객기 A330-200을 공중급유 기능을 갖춘 군용 화물기로 개조한 기체(A330 MRTT)다.

A330-200의 비행시 연료 소비량은 시속 800㎞로 날 때 시간당 5.7톤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보다 무게가 무거운 KC-330의 연료 소비량은 시간당 최소 5.8톤 정도로 추정된다. 즉, KC-330이 김해공항에서 호주까지 약 8000㎞ 거리를 왕복 20시간 동안 날면 총 116톤(11만6000ℓ)의 항공유를 소비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27톤의 요소수를 가져오기 위해 그 4배가 넘는 항공유를 써야 한단 얘기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주 국제 항공유 시세는 배럴당 94.43달러(1배럴=158.9ℓ)에 마감했다. 리터당으론 약 0.59달러다. 따라서 KC-330dml 이번 요소수 공수에 소요되는 왕복 항공유 비용은 약 6만8440달러, 한화로는 8110만원 상당이 된다. 여기엔 요소수를 호주에서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지난달 국내에서 요소수는 1ℓ당 800~1000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로 요소수 수급난 발생한 현재는 그 시세가 호가 기준으로 최대 10배 가까이 뛰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8110만원이면 최대 10만ℓ가 넘는 요소수를 살 수 있었으나, 현재는 1만ℓ대로 줄었단 얘기다.

이는 요소수 20만ℓ 구입가격이 호주까지의 왕복 항공유 비용의 2배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국내 요소수 시세가 계속 오르면서 군 수송기를 띄웠는데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요소수를 들여오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생겼다”며 “그러나 관계국들과 영공 통과 협의를 벌인 시간 등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요소수 27톤 때문에 수송기를 띄운 건 좀 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일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당시 앞으로도 요소수 수입이 “시급할 경우엔 군 수송기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 당국은 요소수 공수를 위한 수송기 추가 운용을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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