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도권 중심 정책은 그만…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동아일보

입력 2021-11-11 03:00 수정 2021-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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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미래다]


벼 베기가 끝난 농촌 들녘이 삭막하다. 오늘의 내가 있게 해준 농촌의 모습이다. 대학에서 농학을 가르치고, 2002년 농림부와의 인연으로 다솜둥지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재단은 농촌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홀몸노인·조손가정·다문화 가정의 집을 고쳐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2008년 처음 시작을 해서 2020년까지 5357가구의 집을 고쳐 드렸다.

2019년 통계청 발표는 농촌에 30년 이상 노후화된 농가 주택이 14만9000채라고 하는데 농촌이 존재하는 한 끝이 없는 사업이 될 것 같다. 농촌 집 고쳐주기 현장을 갈 때마다 ‘농촌과 도시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하는 ‘농정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생각해본다.

산업화 시대를 넘어 AI와 빅데이터가 산업의 중심이 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진국이 되려면 지금처럼 농업·농촌·농민을 변방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세계를 경제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던 힘은 대학의 연구와 기술에서 나왔지만 이는 미국이 세계 주요 식량작물인 밀·콩·옥수수의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세계 생산의 50%을 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농촌에 사람이 없다. 돈·권력·교육이 서울에 있기 때문에 농촌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인구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삶의 모습은 정상인가. 집값을 배로 올려놓고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데, 20세기를 사는 50, 60대의 머리로 21세기를 살아갈 젊은이들 세상을 디자인하고 있는 꼴이다. 감사원이 지적한 대로 100년 후는 229개 시군구 중 8곳만 살아남고 없어질 것이다.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경고 메시지다.

농촌과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하더라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회 경제적인 인식은 바뀌어 갈 것이다. 이미 산업계는 주 5일 근무에서 주 4일 근무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3일은 자기만의 삶과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농촌 지역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농촌이 삶의 도피처가 아닌 제2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지역을 중심에 놓고 국토 공간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농촌에서도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고 자식들 대학을 장학금으로 갈 수 있도록 교육과 의료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 주어야 농촌이 살아난다. 바로 이것이 ‘도시와 농촌이 공생’하는 길이다.

돈이 없다는 말은 무능의 소치다. 이미 우리는 1960, 70년대 국민소득 70, 80달러 시대에도 30년 동안 민둥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어 세계 산림역사에 독일과 함께 성공한 나라로 기록되어 있다. 1971년에는 다수확 신품종인 통일벼를 보급해 80년대 중반 식량 자급을 달성하고, 다시 일반벼로 전환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단위 면적당 농업 생산량이 네덜란드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나라다. 세계 평균의 2배를 생산하고 있다. 사시사철 소비자의 식탁 위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올려놓고 있지 않은가.

대선을 앞에 두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손잡고 걸어갈 새 길을 생각해 본다.

허상만 다솜둥지복지재단 이사장(前농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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