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톨을 위한 88번의 정성… “농업인의 날, 쌀의 소중함 되새겨요”

태현지 기자

입력 2021-11-11 03:00 수정 2021-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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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미래다] 농식품부-농정원-동아일보 공동기획
농업인의 긍지 고취시키기 위해… ‘농업인의 날’ ‘가래떡데이’ 기념
온라인서 국산 햅쌀 판매전 개최… 좋은 쌀 고를 땐 등급표시 확인
완전미 함유율 높을수록 고품질


게티이미지코리아


벼가 이삭을 틔우고 우리 밥상에 올라오기까지는 수많은 손길과 정성이 필요하다. 당연한 쌀밥은 없다. 농부가 흘린 구슬땀에 자연이 화답을 해주어야 한다.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우리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농부의 1년을 들여다보면서 농업과 쌀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농업인의 날’ 통해 문화적 뿌리 기억해야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여 농업을 천하의 근본으로, 국가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틀로 여겼다. 농업은 단순히 농작물을 재배하고 먹을 것을 구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식량안보는 물론이고 환경 및 생태 보존, 세시풍속과 전통문화에 이르기까지 농업은 여전히 우리 삶의 곳곳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산업혁명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국내 식량 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로, 먹거리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다행히 주식인 쌀 자급률은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를 비롯한 농업 당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농업에 기반한 우리 문화의 뿌리를 지키고, 농업인에 대한 긍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매년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제정했다. 농업인의 날을 11월 11일로 정한 데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농민은 ‘흙에서 나, 흙을 벗 삼아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토(土)’를 ‘열 십(十)’과 ‘한 일(一)’로 나눠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쓴 것. 또 이 시기는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했다.

본래 일제강점기에 6월 14일을 ‘권농일’로 제정했었으나, 광복이 되면서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는 뜻에서 ‘농민의 날’로 바꾸어 부르고 6월 15일로 변경했다. 그러다 1996년 권농의 날을 폐지하고 11월 11일을 농어업인의 날로 지정했다가, 이듬해가 돼서야 오늘날의 ‘농업인의 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후 농업인의 날을 널리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2006년부터 ‘가래떡데이‘를 만들어 농식품부 및 관련 단체에서 각종 기념행사와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품질 좋은 쌀을 맛있게 먹는 방법도 중요

모든 농작물이 그렇겠지만, 그중에서도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이면서 문화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이가 태어난 후 돌상에는 국수, 실, 책과 더불어 쌀이 항상 자리한다. 각종 경조사에서도 떡과 쌀 요리를 흔히 찾아볼 수 있으며, 제사상에도 쌀밥은 빠지지 않는다. 이러한 쌀이 밥상에 오르기까지는 수많은 과정과 힘든 노동을 거쳐야 한다. ‘쌀 미(米)’를 파자하면 ‘여덟 팔(八)’+‘열 십(十)’+‘여덟 팔(八)’인데, 쌀이 밥상에 오르려면 88번의 손길과 정성을 거쳐야 한다는 말도 있다.

농부의 1년 농사는 농사달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24절기에 맞춰 진행된다. 먼저 농사비가 내리는 ‘곡우(穀雨, 4월 20∼21일)’에 볍씨를 소독하고 발아를 기다린다. 그리고 만물이 생장하는 ‘소만(小滿, 5월 21∼22일)’이 되면 모내기, 즉 벼를 논에 옮겨 심는다. 이후 연중 낮이 가장 긴 시기인 ‘하지(夏至, 6월 21∼22일)’가 되면 본격적으로 논에 물을 대고 잡초를 제거한다. 이때가 농부의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속담이 생길 만큼 종일 논에 나가 있어도 몸이 부족하다.

‘입추(立秋, 8월 8∼9일)’가 되면 드디어 벼꽃이 피고 초록색 이삭을 맺기 시작한다. 차츰 벼 이삭이 차오르기 시작해 ‘처서(處暑, 8월 23∼24일)’를 지나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백로(白露, 9월 7∼8일)’가 되면 드디어 벼가 고개를 숙이고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秋分, 9월 23∼24일)’이 되면 본격적인 추수를 한다. 추수를 한 뒤에도 탈곡, 도정 등 수많은 작업과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뽀얗고 투명한 쌀알을 볼 수 있다.

농부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담긴 쌀을 어떻게 해야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을까. 쌀의 등급표시를 보면 쌀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들을 확인할 수 있다. 등급은 특·상·보통·등외(등급 기준 미달)로 나뉜다. 손상이 없는 완전미 함유율이 높을수록 품질이 좋다. 그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품종이다. 보통 단일품종이 혼합미보다 품종 고유의 향미와 식감이 뚜렷해 더 좋은 밥맛을 낸다. 마지막으로 생산연도와 도정일자는 최근일수록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줄어들고 산화가 진행돼 맛과 영양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할인… 저탄소 논물관리기술 적용 쌀 첫선


농식품부 및 유관기관에서는 농업인의 날 및 가래떡데이를 기념해 다양한 행사와 프로모션을 추진한다. 농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은 이달 8일부터 11번가와 롯데ON에서 ‘쌀이 옳(All)-다! 국산품종 햅쌀 판매전’을 진행 중이다. 시도에서 직접 추천한 품종·브랜드로 구성된 ‘지역추천 쌀’과 올해 처음 저탄소 논물관리기술을 적용하여 생산한 ‘저탄소 재배 시범사업 쌀(이하 저탄소 재배 쌀)’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저탄소 재배 쌀은 올해 첫선을 보이는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식품부·농정원은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발맞춰 ‘정부-생산자-소비자’ 모두 지속가능한 환경에 일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농가들은 저탄소 재배 쌀 생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소비자는 이를 구매함으로써 친환경 실천에 동참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가 건강하고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접할 수 있는 데에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땀 흘리는 농업인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이라며 “늦은 장마와 코로나19 등 어려운 농업현장 속에서 고생하는 농업인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인의 날과 가래떡데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농업·농촌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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