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연구개발 집중… 핵심 부품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성공

조선희 기자

입력 2021-11-11 03:00 수정 2021-11-11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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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영창케미칼㈜


경북 성주에 위치한 영창케미칼㈜ 본사 전경.

2019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부문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행됐을 당시 국내 반도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3대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였던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산 제품의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컸고, 이를 대체할 만한 국산제품이 없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포토레지스트 국산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업체가 바로 영창케미칼㈜이다. 회사 창립 이래 20년 가까이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하며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핵심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고, 국내 기업들의 불안 요소를 해결한 것으로 평가된다.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성공 신화


이승훈 영창케미칼㈜ 대표
영창케미칼은 현재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투자, 기술 인재 양성을 통해 포토레지스트, HT-SOC(유기하드마스크), 슬러리, RINSING SOLUTION, 에천트(ETCHANT), 스트리퍼(STRIPPER) 등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친환경에너지 산업용 화학 소재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영창케미칼은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08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석·박사급 인재를 대거 영입하면서 자체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 과정에서 매년 매출 5∼10%를 R&D에 투자했다. 반도체, 초정밀 디스플레이 화학, 일반 소재 등 각종 신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고, 발광다이오드(LED), 액정표시장치(LCD), 태양전지(Solar Cell) 등 디스플레이, 친환경에너지 분야 첨단소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감광제로도 불리는 반도체 노광 공정 핵심소재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하면서 회사는 성장 궤도에 올랐다. 실리콘웨이퍼에 포토레지스트를 바른 뒤에 포토마스크에 새겨진 회로대로 빛을 쬐면 패턴이 형성되는데, 이 때문에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에선 필수적이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빠질 수 없는 제품이지만, 그동안 주요 제품군은 일본 업체가 독점하다시피했는데, 해당 시장에서 국산화를 이뤄냈다.

영창케미칼㈜의 스캐너 장비 사진.
올해는 40nm급 이하 Top coat less ArF immersion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한 가운데 국내외 소자 업체와 상용화 평가를 모색 중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유기 및 무기 EUV 광원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2023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비정질탄소막(ACL)을 대신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식각 내성과 평탄화 등 다양한 성능을 가진 유기하드마스크(SOH 또는SOC)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EUV 포토 공정에 필수적인 EUV용 린스도 세계 최고 수준 이상의 성능을 확보하여 내년 초부터 본격적 상용화를 목표로 고객사와 협력하고 있다.

반도체 White 공정용 제품군에서 일본 공급 비중이 높은 웨이퍼 가공 절삭유와 세정제 국산화에도 최근 성공했다. 해당 제품은 해외 시장에 공급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CMP 소재는 가장 민감한 공정에 적용되어 국산화가 어려운 소재이나 국내 최초로 3D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선택비 슬러리 양산화 및 공급에 성공했다. 그 외 W용, Cu TSV용 CMP 슬러리 제품의 경우에도 고객사의 공정 확대 또는 신규 개발 라인에 대한 고품질 및 경제적 니즈에 부합하는 CMP 슬러리 제품군을 개발해나가고 있다.


반도체 화학 소재 국산화 산증인

CDSEM(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패턴의 형태와 선폭을 측정분석하는 장비) 1호기.
영창케미칼은 2001년에 설립돼 반도체, 디스플레이, 친환경에너지 산업에 공급하는 화학 소재를 개발 생산하면서 업계에서 영향력을 넓혀왔다. 디스플레이와 친환경 산업 부문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다수 확보하면서 시장에서 이름을 차츰 알려왔다.

영창케미칼은 창업 초기부터 다양한 화학 소재 국산화에 뛰어들면서 실력을 쌓아왔다. 영창케미칼이 산업계에서 기술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04년 세계 최초로 반도체 포토 공정용 린스액을 상용화하면서부터다. 2009년에는 국내 최초로 i-line 광원용 네거티브형 포토레지스트를 상용화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신생 업체로서 빠른 기술 성장 속도를 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4년 불화크립톤(KrF) 광원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하고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반도체 포토 공정용 린스액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공정이다. i-line 광원용 네거티브형 포토레지스트 개발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기업이나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을 이룬 것이다. 원료 샘플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국내 기업으로서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개발에 성공했다.


200억 원 들여 공장 증설 등 투자 강화


경북 성주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4공장 전경.
영창케미칼은 지난해 성주일반산업단지에 4공장을 증설하는 등 현재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4공장 증설에는 약 2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4공장 완공으로 PR, 슬러리, 웨트케미칼 등 생산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는 포토레지스트 핵심 소재인 레진 신규 설계·개량과 극자외선(EUV) 린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고정밀 기술로 일컬어지는 EUV 공정에서 국내 기술이 보다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속적 연구 개발을 통한 우수한 기술력과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매출과 신규 채용에서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대규모 매출이 기대되는 EUV용 린스와 슬러리 제품 상용화가 예정되어 있어 올해 대비 50% 이상의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영창케미칼 측은 올해까지는 ArF 광원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반도체 소재 개발 및 상용화와 함께 품질 관리를 위한 양산 프로세스와 품질 관리 시스템 안정화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창케미칼 관계자는 “고객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를 지나 차세대 디바이스에 필요한 소재의 선행 개발과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여 2025년까지 소재 국산화를 달성하는 동시에 기존 제품의 매출 증대에 힘써 미드테크 강자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소부장이 튼튼해야 위기에 강해 뿌리산업이 미래 경쟁력 근간”
이성일 영창케미칼 회장 인터뷰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뿌리 산업이라고 일컫는 이유가 있죠. 모든 제품의 시작이 되는 산업일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의 바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영창케미칼 이성일 회장은 소부장 산업은 뿌리 산업으로서 나라 경제의 바탕이 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외풍에 쉽게 흔들리지 않듯, 소부장 산업이 튼튼한 나라는 경제 위기에 강하다는 진단이었다. 국내 소부장 산업이 고전해왔으나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후 육성 계기가 마련되었다. 한국은 제조업이 전체 산업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제조업 강국’으로 한국이 ‘소부장 산업 강국’으로 거듭난다면 제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배가 될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이 회장은 “대일본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정부가 국내 소부장 산업 진흥을 위해 지원을 집중하고 나노팹 같은 공공 기관에 신규 장비를 도입 하기로 한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 소부장 기업이 최첨단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개개의 기업이 구매하기 불가능한 고가의 최신 장비가 필요하다. 예산에 맞춰 장비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소부장 기업에 필요한 장비를 정부 차원에서 구매하여 공용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20년간 소부장 외길을 걸으며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왔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라며 “소부장 산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므로 꾸준한 지원, 관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영 철학을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경영에서 가장 우위에 두는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안전하지 않은 일터는 근로자의 작업 범위를 위축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창케미칼은 주기적인 안전 진단, 교육을 비롯해 조기 화재 감지 시스템 설치, 독립적인 환경 안전 조직 운영 등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안전 외에 강조하는 화두는 ‘혁신’과 ‘환경’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젊은 기업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도 던졌다. 이 회장은 “반도체 소재 산업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부단히 변하고 있어 도전 정신과 소재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언제든지 기회가 있어 젊은 창업자나 과학자에게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부장은 어떤 산업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라며 “젊은 기업인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틀을 벗어나 종횡무진하는 창의력으로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작은 목표에 안주해 ‘고인 물’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이상을 바라보되, 현실 감각을 잃지 않는 균형적 자세가 필요하겠죠.”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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