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확대에…방긋 웃는 은행, 차주·예금자는 부글부글
뉴스1
입력 2021-11-09 17:03 수정 2021-11-09 17:04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에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DB © News1
대출금리가 연일 상승하고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예대금리차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지만 은행 예금금리는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작아 예대금리차는 한동안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하반기 대출 영업의 제한을 우려했던 은행권은 예대마진 개선으로 수익 향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자부담이 늘어난 차주와 은행에 돈을 맡겨도 쥐꼬리만 한 이자만을 받게 되는 예금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는 전날(8일) 기준 3.8~5.16%다. 9월 말에는 3.22~4.72%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상품의 금리는 2.98~4.53%에서 3.45~4.83%로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다. 9월 말 3.13~4.17%에서 8일에는 3.39~4.76%로 올랐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등의 영향이다.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찔끔 오르는 수준이다. 4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의 금리는 8일 기준 1.1~1.5% 수준이다. 일부 은행은 9월 말과 비교해서 변동이 없고 0.35%p 가량이 가장 많이 오른 수준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은행권이 대출 재원인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성이 낮아진 결과다.
예대마진 확대에 은행권에선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3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한 777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고 신한은행 역시 21.6% 향상된 7593억원의 순익을 냈다. 하나은행은 전년 대비 17.7% 증가한 6940억원, 우리은행은 47.09% 증가한 7071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대출 성장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한 것인데 은행권은 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시장 자체가 예전과 달리 공급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무리한 경쟁도 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예대마진이 확대되면서 은행 실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예대마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도 올해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1실장은 ‘2021년 금융동향과 2022년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도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 전망치를 올해 대비 7.6% 늘어난 48조원으로 전망했다.
은행권 분위기와 달리 대출자와 예금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 게시물에 공감한 청원인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9130명을 기록했다.
청원인은 “누구를 위한 대출규제냐”며 “대출 규제로 정작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가는 피해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썼다. 또 “(금융당국이) 금리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가계대출 관리를 하면서 정작 서민의 가장 접점에 있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금리를 크게 인상하는 것을 좌시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도 했다. ‘대출규제와 치솟는 이자에 피눈물이 난다’는 글에선 “이자율 또한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며 “한 달 전만 해도 높으면 (이자가) 3%대였으나 지금은 4~5%대”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모니터링은 하고 있지만 예대마진 확대를 사실상 용인하는 분위기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라며 “시장의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예금금리에 비해 대출금리가 더 올라 은행권의 예대마진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라든지 생각하면 그런 시대가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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