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신경 상태 보면 인공와우 이식 결과가 보인다 자기공명영상 분석 통한 과학적 예측 기법 공개

권혁일 기자

입력 2021-11-10 03:00 수정 2021-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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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경 굵을수록 예후 좋아
꼬리 나선형 땐 효과 28%↑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난청 환자의 청신경 MRI 결과를 보며 인공와우 이식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최근 성인 난청 환자 수가 늘면서 보청기와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등도의 난청 환자는 보청기를 사용하지만 난청이 심한 돌발성 난청이나 중이염 환자들은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공와우 이식은 환자의 청신경 상태에 따라 수술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또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도 많다.

최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청신경의 보존 형태를 확인하면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수술을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은 성인 난청 환자 83명의 청신경 MRI를 분석한 결과 청신경의 굵기가 굵을수록 수술 결과가 좋았으며 꼬리 부분이 나선형으로 잘 유지돼 있는 경우 언어 인지 능력의 호전 효과가 약 28% 더 높았다고 밝혔다.

청신경은 달팽이관을 따라 약 2.5바퀴 회전해 분포하며 전정신경과 와우신경으로 나눠진다. 전정신경은 평형감각을 감지하는 신경의 집합체다. 와우신경은 달팽이관의 청세포가 감지하는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대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청신경에 장애가 생겨 난청을 앓고 있는 환자들 중에는 소리를 증폭해 크게 들리게 하는 보청기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는 청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직접 제공함으로써 손상되거나 상실된 청신경 세포의 기능을 대행하는 장치인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해상도 MRI 기기를 통해 난청 환자들의 청신경 모양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박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은 난청 환자들의 MRI 영상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환자마다 남은 청신경의 굵기와 보존 형태가 다양하며,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에도 차이가 있었다.

난청 기간이 오래된 환자일수록 청신경의 굵기가 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난청을 오랫동안 앓아 청신경이 가늘어진 환자들은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도 좋지 않았다. 고주파수를 담당하는 청신경 꼬리 부분의 형태도 수술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신경의 꼬리 부분이 나선형으로 잘 유지돼 있는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통한 언어 인지 능력의 호전 효과가 약 2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난청 환자의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에 대해 환자의 나이, 난청 기간, 청력 손실 등의 임상 정보를 기반으로 예측해 왔는데, 이제는 고해상도 MRI 영상 정보를 추가해 청신경의 굵기 및 보존 형태를 근거로 더 과학적인 결과 예측이 가능해졌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청신경의 나선형 형태가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영상 지표라는 것이 처음 확인됐다”며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난청 환자들에게 적절한 수술 효과 기대 정도를 알려줌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다른 연구를 통해 대뇌피질의 변화 양상이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며 “여기에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신경 MRI 영상까지 함께 활용한다면 훨씬 높은 정확도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이과학회 공식학회지인 ‘이과-이신경학(Otology & Neurotology)’에 최근 게재됐다.


권혁일 기자 moragoheya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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