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표는 5억6000만km 떨어진 소행성… 민간 참여 유도에 최선”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11-01 03:00 수정 2021-11-0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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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리 UAE 과기부 장관 인터뷰

사라 빈트 유수프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장관 겸 우주청장. UAE 공보부 제공

한국의 시선이 온통 ‘누리호’ 발사에 집중됐던 지난달 중동의 신흥 우주강국 아랍에미리트(UAE)는 대규모 소행성 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부터 2033년까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를 돌고 있는 소행성을 7개나 탐사하는 매우 도전적인 프로젝트다. 올해 2월 화성 궤도에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을 안착시킨 지 8개월 만의 깜짝 발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달 25∼29일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우주 행사인 ‘국제우주대회(IAC) 2021’을 아랍 국가 최초로 유치하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의 국가 우주 개발은 20, 30대 과학자들, 특히 여성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IAC 유치를 주도한 사라 빈트 유수프 알 아미리 아랍에미리트 첨단과학기술장관 겸 우주청장(34)이 대표적이다. 아미리 장관은 과학자위원회 의장, 무하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 아말 프로젝트 및 과학 책임자도 맡고 있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은 아미리 장관을 젊은 과학자 5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아미리 장관은 지난달 27일 진행한 온라인 인터뷰에서 “올해 IAC에서는 2024년 폐쇄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민간이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가 화제가 됐다”며 “민간 기업들을 어떻게 우주산업에 참여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가 아랍에미리트 국가 우주정책의 중점 과제”라고 말했다. 누리호 발사 이후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 고심하고 있는 한국과 맥이 닿아 있다.

아미리 장관은 소행성 탐사 계획도 이런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소행성 탐사 계획은 2028년까지 탐사선을 발사해 2033년까지 7개 소행성을 탐사한 뒤 최종적으로 5억6000만 km 떨어진 소행성에 착륙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발사 후 5년간 36억 km에 이르는 우주공간을 여행해야 하는 고난도 미션으로 분류된다. 그는 “아말 프로젝트에서 엔지니어와 과학자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소행성 탐사 미션은 우주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 기업의 우주 개발 참여를 독려하고 우주산업 성장을 가속화하는 게 핵심 목표”라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 우주정책은 사실상 민간 기업 지원 방안이나 다름없다. 우주 관련 연구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원 프로그램, 우주 개발 사업에 참여할 경우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프로그램, 해외 기업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 어디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 조언하고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 등이 주를 이룬다. 아미리 장관은 “민간 기업이 참여할 만한 비즈니스 계획을 세우고 우주경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아랍에미리트는 우주 개발에서 한국보다 늦은 후발주자였다. 아랍에미리트가 우주 개발 초기 쏘아올린 위성인 ‘두바이샛’ 등을 개발하는 데 한국 기업인 쎄트렉아이가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대학을 비롯해 각국과 협력하며 빠르게 우주 개발 역량을 쌓았고 결국 한국보다 먼저 화성 탐사 계획을 입안해 실행했다. 아미리 장관은 “20년 걸릴 일을 10년 만에 해내면서 빠른 시간에 우주 개발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며 “소행성 탐사 미션으로 우주항법, 추진기관, 단열 등 극한 우주환경 기술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연구 역량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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