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사춘기” 이겨낸 고진영, 구옥희 첫승 33년만에 韓통산 200승
이헌재 기자
입력 2021-10-25 03:00 수정 2021-10-25 03:14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연장 우승
대망의 200번째 우승 주인공은 고진영(26)이었다.
고진영은 24일 부산 기장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8개의 버디를 낚아 8언더파 64타를 몰아쳤다.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그는 4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임희정(21)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200번째 우승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프로 데뷔 후 첫 연장전에서 승리한 고진영은 9월 포틀랜드 클래식 우승부터 최근 출전한 5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1회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고 있다. 세계 랭킹 2위였던 고진영은 시즌 4승을 거둬 넬리 코르다(3승·미국)를 제치고 다승 1위에 오름과 동시에 6월 112주 동안 지키다 물러난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하게 됐다.
시즌 초반 조모상을 당한 뒤 슬럼프에 빠진 고진영은 7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칸 클래식에서 뒤늦게 시즌 첫 승을 따낸 뒤 “지난 몇 대회 동안은 ‘골프 사춘기’ 같았다. 뭔가 될 듯하면서 안 되니까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는 “스윙을 되찾기 위해 오전 8시에 연습장에 가서 저녁 먹을 때까지 헬스장, 연습장만 왔다 갔다 했다”며 “죽기 살기로 연습했던 주니어 시절을 떠올리며 연습하려 했다”고 했다. 최근의 대반전은 그 같은 노력의 결과다.
이날 18번홀(파4)에서 날린 연장전 두 번째 샷은 ‘세계 1위’의 자격을 증명하는 한 방이었다. 173야드를 남겨 두고 친 하이브리드 샷은 그린 앞 벙커를 살짝 넘겨 내리막을 탄 뒤 핀 1m 앞에 멈춰 섰다. 임희정이 파를 지킨 반면 고진영은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은 고 구옥희 프로가 1988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둔 뒤 33년 만에 200승을 합작했다. 통산 11승을 거둔 고진영은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 김세영(12승), 신지애(11승)의 뒤를 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48명의 한국 선수가 200승에 힘을 보탰다. 한국보다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한 나라는 미국(1527승)뿐이다.
한국 선수들이 100승을 따내기까지는 24년이 걸렸다. 당시 부모들의 헌신과 희생, 특유의 성실함이 골프 불모지 한국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유소연이 2012년 100승을 거둔 뒤 200승까지는 9년 밖에 안 걸릴 정도로 고속질주를 거듭했다. 여기엔 박세리의 영향을 받은 1988년생 동갑내기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9승), 김인경(7승) 등 ‘세리 키즈’들의 영향이 컸다. 이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으로 실력을 키웠다. 행복한 골프를 추구하고 부모에게서 벗어나 독립 경향이 짙어진 것도 선배 세대와 달랐다. 한국 선수들이 101승에서 200승을 기록하는 동안 미국은 67승에 그쳤다.
고진영은 “2등은 하겠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쳤다”며 “프로가 된 후 처음 치른 연장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했는데 미안한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4년 전 이맘때 국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에 직행한 그는 후배 임희정에 대해 “너무 잘해서 미국에 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오늘은 운이 좋아 이겼다”고 칭찬했다. 임희정은 이번 대회 4라운드 72홀 동안 보기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쳐 당장 LPGA투어에 진출해도 손색이 없다는 고진영의 찬사를 들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고진영이 24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5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공의 궤적을 바라보고 있다. 연장전 끝에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은 한국 선수의 LPGA투어 200승 달성, 세계 랭킹 1위 복귀, 다승 부문 선두(4승), 올해의 선수상 부문 1위 등 여러 성과를 올렸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조직위 제공
대망의 200번째 우승 주인공은 고진영(26)이었다.
고진영은 24일 부산 기장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8개의 버디를 낚아 8언더파 64타를 몰아쳤다.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그는 4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임희정(21)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200번째 우승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프로 데뷔 후 첫 연장전에서 승리한 고진영은 9월 포틀랜드 클래식 우승부터 최근 출전한 5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1회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고 있다. 세계 랭킹 2위였던 고진영은 시즌 4승을 거둬 넬리 코르다(3승·미국)를 제치고 다승 1위에 오름과 동시에 6월 112주 동안 지키다 물러난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하게 됐다.
시즌 초반 조모상을 당한 뒤 슬럼프에 빠진 고진영은 7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칸 클래식에서 뒤늦게 시즌 첫 승을 따낸 뒤 “지난 몇 대회 동안은 ‘골프 사춘기’ 같았다. 뭔가 될 듯하면서 안 되니까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는 “스윙을 되찾기 위해 오전 8시에 연습장에 가서 저녁 먹을 때까지 헬스장, 연습장만 왔다 갔다 했다”며 “죽기 살기로 연습했던 주니어 시절을 떠올리며 연습하려 했다”고 했다. 최근의 대반전은 그 같은 노력의 결과다.
이날 18번홀(파4)에서 날린 연장전 두 번째 샷은 ‘세계 1위’의 자격을 증명하는 한 방이었다. 173야드를 남겨 두고 친 하이브리드 샷은 그린 앞 벙커를 살짝 넘겨 내리막을 탄 뒤 핀 1m 앞에 멈춰 섰다. 임희정이 파를 지킨 반면 고진영은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은 고 구옥희 프로가 1988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둔 뒤 33년 만에 200승을 합작했다. 통산 11승을 거둔 고진영은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 김세영(12승), 신지애(11승)의 뒤를 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48명의 한국 선수가 200승에 힘을 보탰다. 한국보다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한 나라는 미국(1527승)뿐이다.
한국 선수들이 100승을 따내기까지는 24년이 걸렸다. 당시 부모들의 헌신과 희생, 특유의 성실함이 골프 불모지 한국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유소연이 2012년 100승을 거둔 뒤 200승까지는 9년 밖에 안 걸릴 정도로 고속질주를 거듭했다. 여기엔 박세리의 영향을 받은 1988년생 동갑내기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9승), 김인경(7승) 등 ‘세리 키즈’들의 영향이 컸다. 이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으로 실력을 키웠다. 행복한 골프를 추구하고 부모에게서 벗어나 독립 경향이 짙어진 것도 선배 세대와 달랐다. 한국 선수들이 101승에서 200승을 기록하는 동안 미국은 67승에 그쳤다.
고진영은 “2등은 하겠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쳤다”며 “프로가 된 후 처음 치른 연장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했는데 미안한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4년 전 이맘때 국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에 직행한 그는 후배 임희정에 대해 “너무 잘해서 미국에 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오늘은 운이 좋아 이겼다”고 칭찬했다. 임희정은 이번 대회 4라운드 72홀 동안 보기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쳐 당장 LPGA투어에 진출해도 손색이 없다는 고진영의 찬사를 들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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