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금 날리고 월세 나앉을 판” 규제예고에 실수요자 ‘발동동’

뉴스1

입력 2021-10-08 11:13 수정 2021-10-0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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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붙여있다. 2021.10.4/뉴스1 © News1

#. 경기도 외곽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A씨는 은행으로부터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가심사를 받아 집주인에게 4600만원의 계약금을 입금했다. 입주 한달 전 본심사가 진행되고 이후 잔금은 집주인에게 바로 입금된다는 것이 은행의 설명이었다. 안심하고 있던 A씨는 최근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 소식에 불안해하고 있다. 전셋값이 폭등해 이자부담이 늘어난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갑자기 생긴 규제에 계약금을 날릴 수 있어서다. 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2·3금융에 손을 빌릴 지 고민 중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전세대출 규제 방안을 검토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실수요자는 보호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차주의 상환 능력 범위로 제한하는 등의 정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선 실수요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전셋집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라는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투기를 잡기위해 전세 규제는 할 수 있다”면서도 “최소한 이미 계약한 집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자비용 때문에 아이 학원하나 덜 보내게 됐는데, 이제 전세 규제로 전재산의 절반을 날리고 월세방에 살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국민청원뿐만 아니라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세대출 한도와 관련해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결혼을 앞둔 30대 B씨는 “가까스로 전셋집을 구했는데, 대출이 나오질 않아 포기했다”며 “(전셋집을) 처음부터 다시 알아봐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신규 세입자뿐 아니라 기존 계약 갱신 세입자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일부는 잔금 일정을 통상 대출 승인이 수월한 연초로 미루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집주인 협의와 잔금 조건 등을 맞추기 어려워서다.

일각에선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를 지목하지만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98%는 전세 계약과 관련된 실수요 대출로 나타났다. 집주인 통장으로 곧바로 대출금이 들어가는 구조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전세보증금 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 비중은 2%에도 못 미치고, 이 대출의 상당 부분도 실제 생활고와 관련이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전세대출 한도 축소는 전셋값 상승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당 규제를 받기 전에 서둘러 전세계약에 나선 세입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를 자극하면서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4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21%보다 상승폭을 키워 0.24%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임대차법으로 집주인의 월세 선호가 뚜렷해졌다”며 “전세 대출 한도 줄었다고 전셋값을 내리기보다는 전세를 준전세로 돌리는 형태가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참모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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