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장 세우는 국내 배터리업계, ‘전미자동차노조’ 경영부담 우려

서동일 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21-10-06 03:00:00 수정 2021-10-06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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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UAW 지원 정책… 저임금-무노조 성향 선벨트 지역에
美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공장 짓는 SK이노 등에 UAW 설립 압박
UAW, 장기파업 불사 강성 조직… 설립 현실화 땐 경영 악재될듯



미국 내 대표 강성 노조로 꼽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 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벌이는 국내 기업들의 현지 사업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향력 약화로 고전하던 UAW가 조 바이든 정부를 등에 업고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는 배터리 공장에서 세를 키운다면 한국 기업들로서는 경영비용이 늘고 공장 운영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UAW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전통 자동차 기업을 중심으로 세를 키워 온 미국의 대표적 강성 노조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 등으로 경영난에 빠졌을 당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5일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포드 측과 합작사 설립 추진이 알려진 뒤부터 SK이노베이션은 정재계 안팎에서 ‘UAW 지부 설립을 지원해야 한다’ 등의 요구를 꾸준히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이든 행정부는 UAW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초 “SK이노베이션,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회사를 두고 UAW 진출 여부에 미국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라며 “(노조 설립 여부에 따라) UAW 지도부의 리더십이 평가받게 될 것이며 성공한다면 이는 큰 승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UAW 측도 최근 신규 배터리 공장을 두고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차세대 직업은 현대 경제를 마련한 중산층에 임금 및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노조 설립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국내외 배터리 업계에서는 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기업과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에 노조 설립 압박이 본격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UAW 진출 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 주도권 변화 때문이다. ‘엔진’으로 대표된 전통 자동차 산업 시대에 GM 포드 등은 미시간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북동부 ‘러스트벨트’에 생산기지를 구축해왔다. UAW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고임금·친노조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기술력의 핵심이 엔진이 아닌 배터리가 되는 전기차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업체들은 저임금·무노조 성향이 강한 미 남부 ‘선벨트’ 지역으로 눈을 돌려 터를 잡았다.

배터리 생산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조지아주, 테네시주 등 동남부 지역은 주(州) 정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낮은 최저임금, 강성 노조의 부재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부 주는 파업할 권리에 대항하는 ‘일할 권리(Right to work)’ 법이 있다. 근로자의 노조 강제 가입을 금지하는 주도 있다. 다른 지역에 기존 공장을 둔 국내 현대자동차, 기아 등도 이곳에 전기차 생산 시설을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UAW는 과거 임금 상승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수개월간 장기 파업도 불사하던 강성 조직”이라며 “잠재적으로 미국 투자가 늘어날 국내 기업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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