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인 ‘SK배터리’ 내달 출범… “SK이노 장기적 성장효과 기대”

서동일 기자

입력 2021-09-08 03:00 수정 2021-09-0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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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SK이노 주총 통해 물적 분할
주력사업 전환 4년만에 출발선 서… SK이노, 배터리 중장기 효과 예상
현재 시총, LG-삼성에 밀리지만 내년 흑자땐 시장평가 달라질 듯



SK이노베이션은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 분할 승인을 거친 뒤 10월 1일 ‘SK배터리주식회사’라는 이름의 신설 법인을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2017년 배터리 및 리튬이온분리막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뒤 4년 만에 출발선에 서는 셈이다.

7일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해 배터리 렌털·충전·재사용·재활용으로 이어지는 BaaS(Battery as a Service),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등으로 주력 사업 전환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지주회사로서 ‘그린’(친환경)을 핵심 키워드로 한 제2, 제3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적 분할 후 지주회사로 남게 될 SK이노베이션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단기적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가 작용해 가치 희석이 생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배터리 투자 확대에 따른 성장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가 시가총액 50조 원을 웃도는 것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22조∼23조 원 안팎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 미국 생산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해 2025년까지 생산 규모를 500GW로 늘리고, 내년 수익 달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현재 시총 규모는 저평가된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공격적 투자를 이어오는 만큼 사업 가치가 더 크게 반영돼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7월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2025년까지 총 30조 원의 투자 중 배터리에 18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발 주자로 여겨지던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7월 누적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 순위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점유율 5.4%를 기록해 5위에 올랐다. 올 하반기(7∼12월)에 현대차 아이오닉5, EV6 판매가 본격화되면 SK이노베이션은 4위 중국 BYD(7.3%)와의 격차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기차 배터리 누적 수주량이 1TWh(테라와트시·1000GWh)를 넘어섰다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1TWh는 전기차 한 대당 배터리 공급량을 70kWh(킬로와트시)로 가정했을 때 약 1400만 대에 적용되는 물량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30조 원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 누적 수주량이 1TWh를 넘어선 곳은 중국 CATL, LG에너지솔루션 정도다.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이 SK배터리주식회사 신설 법인 출범을 계기로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역량 강화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도 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 직후 주가 하락 등 위기를 겪었지만 꾸준한 성장성과 점유율 확대 등으로 분할 발표 이후 주가를 넘어섰다. SK이노베이션이 내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영업이익률을 개선한다면 시장에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와 미국에 이어 유럽 생산공장 투자에 나서는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긍정적 전망을 담은 보고서들도 이어지고 있다. KB증권은 “배터리 사업 물적 분할로 인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요인 발생 등 일부 불확실성 요인이 있으나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고려한다면 (이 같은 결정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30일 “SK배터리주식회사 기업공개(IPO)는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며, 당장 SK이노베이션 디스카운트를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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