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의 수소 발자국… 수소 전도사로 거듭난 이유 ‘미래세대’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1-09-07 16:58:00 수정 2021-09-07 17: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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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위한 기후변화 해법으로 ‘수소’ 제시
“다음 세대 위한 우리 세대 의무” 강조
“수소비전은 미래를 지키는 일”
국경 초월한 행보로 수소를 글로벌 의제로 격상
특정 기업·국가가 아닌 전 지구적 과업 강조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연관어로 ‘수소’가 등장한다. 세계 유수 자동차그룹 최고경영자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정의선 회장의 굵직한 글로벌 수소 행보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수소 전도사’로 불릴 만큼 수소사회 구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업 측면에서 현재를 기준으로 수소가 매력적인 비즈니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고 시간과 비용 등에서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우리 세대 책임과 의무 관점에서 수소를 바라본다고 현대차그룹 측은 전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수소기술이 수익을 창출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들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는 차원이라고 줄곧 강조해왔다고 한다. 정 회장에게 태초의 청정에너지인 수소가 미래와 지구, 인류를 위한 솔루션이라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글로벌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수소사회 비전인 ‘수소비전 2040’과 수소연료전지기술, 수소모빌리티 등의 청사진을 소개하면서 인류는 절체절명의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해 있고 국제적인 협력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지금 이 순간이 수소사회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 발표에서는 인류와 지구, 기후변화 등의 표현을 수차례 힘주어 반복했다. 환경과 온실가스, 이상기후, 온난화 등도 언급했다.

수소와 관련한 정 회장의 신념은 지난 7월 미국 방문 당시 현지 주요 인사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수소는 사업 난이도도 있고 단기간 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전 지구적 기후변화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라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 세대가 뚫고 나가서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아들·딸 세대가 아버지 세대에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무엇을 했냐고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난관이 있더라도 다음 세대와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고 각종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정 회장의 신념이 고스란히 표출됐다고 한다. 정 회장은 우리가 전해야 하는 지속가능한 환경의 주인공이면서 수소를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도 관심을 갖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어린이들이 수소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수소 캐릭터를 만들고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로 변모하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정 회장은 기후변화 이슈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실질적 해법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국내와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후변화 극복을 위해서는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평소 지론을 실천에 옮기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수소사회 구현은 특정 회사나 특정 국가의 정부가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모두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지난해 초 정 회장은 미국 에너지부(DOE) 마크 메네제스(Mark Menezes) 당시 차관을 만나 미국 내 수소 저변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공식 면담에 이어 메네제스 차관과 수소전기차 넥쏘에 동승해 대화를 나누고 넥쏘의 자율주차 기능을 직접 선보였다. 미국 주지사협회 동계회의 리셉션에도 참석해 수소의 친환경성 등을 소개했다. 수소전기차의 공기 정화 기능을 지켜보던 주지사협회 회장 래리 호건(Larry Hogan) 메릴랜드 주지사는 넥쏘가 정화한 공기를 마셔보면서 기술에 대한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작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총회에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과 일반 대중 수용성 확대, 수소 밸류체인 전반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 ‘수소사회 구현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2019년 6월 일본 나가노현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는 수소경제가 미래 성공적 에너지 전환에 있어 가장 확실한 솔루션이라고 역설했다. 올해 5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연설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와 시민들의 행동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회장은 국내 수소 관련 대표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수소기업협의체’ 산파역도 맡고 있다. 이달 공식 출범 예정인 수소기업협의체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3년 동안 불모지를 묵묵히 헤쳐 오며 수소의 역사를 써왔다. 수소 비전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기 이전부터 기술과 의지를 축적하는 시간을 가졌다. 1998년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 구성이 출발점이다. 2년 후인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퓨얼셀 파트너십(CaFCP)에서 현대차는 싼타페 수소전기차를 공개하면서 수소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다. 당시 다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수소전기차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불확실한 전망과 수익성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달랐다. 수소에너지의 친환경성과 확장성 등에 대한 확신을 놓지 않고 흔들림 없이 대규모 자원과 인재를 수소 기반 기술 개발에 투입했다.

결국 세계 최고 수준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을 확보해 승용과 상용 모두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시대를 열었다. 오는 2040년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 대중화를 이루는 수소사회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이날 하이드로젠 웨이브를 통해 선포한 것이다.
수소위원회 단체 사진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내부적으로 기술을 축적하는 동안 정의선 회장이 적극적인 행보를 바탕으로 수소를 글로벌 의제로 끌어 올렸다고 평가한다. 정 회장은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기간 중 설립된 글로벌 CEO 협의체 ‘수소위원회’에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수소위원회는 각국 정부와 협업을 통해 수소 활용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당시 13개 업체가 위원회에 가입했다. 2019년 1월에는 정 회장이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으로 취임하고 본격적으로 각국 정부와 민간이 공동 협력하는 글로벌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는 등 민·관을 초월한 공조를 강조하기도 했다. 2020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주요국 정상을 포함한 글로벌 리더들과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 대응을 논의하는 등 수소를 글로벌 정상 아젠다로 설정하는데 기여했다.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정 회장은 국내외 민간기업과 현대차그룹의 협력을 독려하면서 수소사회 조기 구현을 위한 파트너십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10월 프랑스 에어리퀴드(Air Liquid), 다국적 에너지기업 엔지(Engie) 등과 프랑스 내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2019년 6월에는 사우디 아람코(Aramco)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사우디 내 수소전기차 보급을 포함해 수소에너지와 탄소섬유 소재 개발 분야 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Ineos)그룹과 수소 생산, 공급, 저장, 수소전기차 개발 등에 이르는 통합 수소 밸류체인 구축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해 7월에는 그린쏘 생산을 위해 캐나다 넥스트하이드로젠(NextHydrogen)과 수전해 시스템 공동 개발 및 사업화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과는 지난 2월 포스코그룹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 공동 추진, 그린수소 생산 및 이용 관련 기술 개발 등 다각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SK그룹, GS칼텍스 등과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으고 있고 두산퓨얼셀, LS일렉트릭 등과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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