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논란’ 극복 못한 日 DHC, 결국 한국에서 철수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9-02 11:30 수정 2021-09-02 11:49
DHC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혐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가 결국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한국 사업 개시 20년 만이다.
DHC코리아는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 여러분들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국내 영업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며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 안내로 불편을 드리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DHC는 지난 2002년 4월 한국 법인을 세우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클렌징오일 제품이 전무했던 당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DHC 세안제는 히트 상품이었다. 한때 국내 연간 매출액만 10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일본 DHC 자회사인 ‘DHC 텔레비전’이 2019년 당시 국내에서 벌어진 ‘노(NO)재팬 불매운동’을 두고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라고 보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혐한 논란’에 불이 붙었다.
혐한 발언이 담긴 DHC의 자회사 ‘DHC테레비’의 방송 장면. DHC테레비 화면 캡처
해당 방송은 “조센징(한국인 비하 표현)은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했다.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해 지금의 한글이 됐다” “한국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명)를 멋대로 자기네 것이라고 한다” 등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도 일삼았다.
여기에 요시다 요시아키 DHC 회장이 과거 “하찮은 재일 한국인은 필요 없으니 모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그럼에도 DHC 본사는 끝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한국법인 대표인 김무전 DHC코리아 대표가 “DHC 텔레비전 출연진의 모든 발언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물의를 일으킨 점은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로 DHC는 CJ올리브영을 비롯한 주요 헬스&뷰티스토어에서 퇴출당했다. 매출 감소를 이기지 못한 DHC는 결국 9월1일부터 15일까지 50% 굿바이 세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중구청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제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배너기를 가로변에 설치하고 있다. 2019.08.06. 뉴시스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패션, 뷰티 브랜드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은 DHC가 세 번째다.
2000년대 초반 로레알 그룹에 인수된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도 불매운동 이후 실적이 크게 줄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색조화장품 시장이 위축되자 최근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지난해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로 알려진 ‘GU(지유)’도 첫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인 지 1년 9개월여 만에 오프라인 사업을 모두 접었다. 일본 초콜릿 브랜드인 ‘로이즈 초콜릿’도 지난해 2월 한국 사업을 철수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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