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고차 진출 합의 또 불발…거래대수 등 첨예 대립

이건혁기자

입력 2021-08-31 13:48 수정 2021-08-31 14:5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뉴스1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가 2년 넘게 결론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나서 약 3개월 동안 합의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중재에 실패했다.

31일 을지로위는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 활동 중간보고를 위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협의회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올해 6월 3개월의 협의 기한을 두고 발족했다.


거래 대수 규제, 중고차 매입 방식 등 첨예한 대립
을지로위는 양측이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첫해 3%에서 4년에 걸쳐 최대 10%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외 쟁점을 놓고 양측의 다툼이 이어졌다. 핵심인 거래 대수에 대해 완성차 업계는 사업자 공식 거래 물량에 판매상이 개입하면서 개인 간 거래로 위장된 사례까지 합쳐 250만 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완성차 업체는 최대 25만 대까지 취급할 수 있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사업자 거래 물량 110만 대만 인정해 거래 물량을 11만 대로 제한해야 한다고 맞섰다.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입 방식을 놓고도 첨예한 갈등이 이어졌다. 완성차 업계는 다른 브랜드 차량도 매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벤츠를 보유한 소비자가 이를 처분하고 현대차를 구입하길 원할 경우, 현대차가 이를 매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수입차 업계는 브랜드 구분 없이 중고차를 사들이고 신차 가격을 깎아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업체가 자사 브랜드 이외 차량을 매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중고차 업계서는 줄어든 중고차 거래대수만큼 신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권리를 달라는 요구를 추가하고 나섰다. 을지로위가 1주일 정도 추가 협의를 시도한다는 입장이지만, 중재안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의를 중재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플랫폼이 등장하는 등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합의안 도출이 안 돼 아쉽다”고 말했다.


“소비자-판매자 정보 비대칭 문제 해결돼야”

양측의 갈등은 2019년 2월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동반성장위원회가 같은 해 11월 재차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면서 대기업의 진출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어진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0년 10월 공식화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심의 기한인 2020년 5월을 넘겨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지 않으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다. 소비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이 커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은 소비자 1000명 중 76.4%가 중고차 시장에 대해 ‘약간 혹은 매우 불투명하고 혼탁하다’고 생각한다는 설문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올해 5월 충북에서 기초수급자가 중고차를 강매당한 사건까지 알려져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중고차 매매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완성차 인증 중고차가 늘면 시장이 개선되고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수입차는 현재 인증 중고차 판매 형식으로 중고차 시장에 나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 브랜드는 현재 인증 중고차 매장 101개를 운영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23개), BMW(20개) 등 국내에 진출한 대부분 수입차 브랜드가 인증중고차를 매매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중고차를 골목 상권은 물론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채널 열어줘 선택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