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새 아파트 10채중 4채, ‘분양가 9억’ 넘어 중도금 대출 안돼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8-27 03:00 수정 2021-08-2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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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중도금 대출 규제 실시, 집값 급등에 분양가도 오르며
서민들 청약돼도 자금마련 어려워… 공공재개발 분양가도 10억 넘겨
“더이상 9억 아파트 고가 아냐… 실수요자 피해, 기준 현실화 필요”



최근 4년간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5채 중 2채의 분양가격이 평균 9억 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가 9억 원 이상인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이 막힌 탓에 서민들의 주택 마련 수단으로 통했던 청약마저 ‘현금 부자’의 전유물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집값 급등세에 ‘중도금 대출 불가’ 비중 증가
24일 동아일보가 부동산 정보업체인 리얼투데이에 의뢰해 2017년부터 올해(7월 기준)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4만87채(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모집공고 기준)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 기간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분양가가 9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비중은 2017년 11.6%에서 2018년부터 올해까지는 평균 43.3%로 급증했다.

분양가 9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2016년 7월부터 분양가가 9억 원을 넘는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는 분양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로, 당시만 해도 서울 강남권 일부 고가 아파트만 규제 대상이었다. 실수요자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2017년만 해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 원대였다.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 1만6477채 가운데 1910채만 분양가격 9억 원을 넘겼고, 평균 분양가도 7억2722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상승세가 거세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2018년 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억 원을 넘겼고, 올 7월 11억 원을 돌파했다. 집값 급등은 분양가도 끌어올렸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에 공급된 2만3610채 중 40%가 넘는 1만219채의 분양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한 것이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분양가는 9억6264만 원으로 치솟았다.

현재 서울에서 분양가 9억 원은 평균 아파트 값보다 낮지만 무주택 서민들이 청약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통상 중도금이 분양가의 6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 9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5억4000만 원 이상의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

○ “실수요자 피해 보는 대출 기준 현실화해야”
이런 추세는 점점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내 신규 분양 단지의 3.3m²당 평균 분양가격은 2017년 2000만 원대 초반에서 지난해 3722만 원으로 급등했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공급이 약 200채로 비교적 적었던 올해도 3201만 원으로 나타났다.

민간 분양뿐만 아니라 공공 분양도 중도금 대출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개한 서울 내 공공재개발 후보지의 일반분양가 예상치에 따르면 전용면적 84m²를 기준으로 동작구 흑석2구역의 분양가격은 14억 원, 가장 저렴한 동대문구 전농9구역도 10억5000만 원에 달한다. 정부가 사전 청약을 통해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도심 고밀 개발로 서울에도 1만4000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슷한 면적의 이들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도 중도금 대출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는 분양가가 9억 원을 넘겨도 건설사 자체 자금을 활용해 ‘사(私)금융’ 형태로 당첨자에게 자금을 빌려준다”며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형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에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관련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4∼5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9억 원을 넘는 주택이 흔치 않았지만 최근 집값이 워낙 올라 9억 원짜리 아파트를 고가 주택으로 보지 않는다”며 “투기 수요 억제라는 취지와 달리 애꿎은 실수요자만 옥죄고 있는 만큼 중도금 대출 기준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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