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닦은 불심과 사회복지 활동, 이게 제 ‘소림무술’이죠”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8-17 03:00 수정 2021-08-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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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림사 주지 비구니 정관 스님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첫 박사… 15년째 종로노인복지관장 맡으며
카페 운영-장 담그기 등 사업 펼쳐… 코로나19 영향 대면 행사 어렵지만
SNS 통해 댄스-요리 강좌 등 제공


소림사의 한 굴에 조성된 약사전에 선 정관 스님.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동해온 스님은 “노인복지 현장에서 보면 죽음에 대한 준비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며 “행복한 마무리를 위한 고백(Go Back)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서울 종로구 세검정에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사찰이 있다. 좁고 가파른 진입로를 놓치면 지나치기 쉽다. 이름은 소림사(少林寺). 기록에 따르면 태조는 조선을 건국하기 전 이곳의 한 굴에서 5일간 기도했으며 왕위에 오른 뒤 사찰을 세우도록 했다. 처음에는 소림굴로 불리다 중창 뒤 소림사가 됐다. 절 이름은 중국에 선종을 전한 달마 대사가 9년 동안 면벽좌선(面壁坐禪)했다는 숭산 소림사에 따온 것이다.

소림사 하면 무술을 떠올리지만, 이곳의 주지는 비구니 정관 스님(60)이다. 1984년 혜원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그는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박사 1호로, 현재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을 맡고 있다.

― 창건 기록이 흥미롭다.

“이곳은 불심(佛心)이 깊었던 태조의 기도처였다. 창건 당시 소림사가 무술보다는 기도와 수행의 명소로 이름이 높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 주지살이는 어떤가.

“지난해 11월 주지로 부임했는데 도량 정비를 위해 할 일이 많다. 지금 약사전이 있는 큰 굴과 그 위에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굴이 있다. 창건 당시 소림굴이 정확히 어느 곳인지 검증해 사찰의 역사를 정리하고 알릴 계획이다.”

― 그래도 소림사 주지인데, 무술은….

“굳이 말하자면 부처님 제자로 평생 갈고 닦은 불심과 사회복지가 나의 무술이다(웃음).”

― 출가 발심(發心)은 어떤 계기가 있나.

“고교 시절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즐겨 읽었고, 운문사의 공부하는 스님들에 관한 책을 읽다 푹 빠져들었다. 그래서 절에 가면 시 쓰고 사색하는 그런 삶을 사는 줄 알았다.”

― 안 그랬나.

“새벽 2시 반에 일어나 아침 예불을 시작으로, 일과 공부로 하루 종일 쉴 새가 없었다. 군불 때기, 밥 짓기, 풀빨래…. 남편 없는 시집살이였다(호호).”

― 사회복지 분야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운문사 강원을 마친 뒤 중앙승가대에 진학했다. 불교학과와 사회복지학과가 있었는데 불교는 평생 공부하는 것이고, 사회복지는 이때 아니면 못하겠다 싶어 선택했다.”

2004년 경기 부천 원미노인복지관 운영으로 사회복지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정관 스님은 2007년부터 15년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을 맡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2000명이 이용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됐다. ‘플러스 카페’는 4호점까지 내며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고, ‘종로&장금이’는 장 담그기 사업으로 인기를 끌었다.

― 노인복지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비결은 무엇인가

“흔히 정치 1번지라는 종로를 ‘노인복지 1번지’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일정한 돈을 벌고, 당당하게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 신(新)노인이 되어야 한다. 일은 안하고 잔소리하면서 대우만 받으려는 ‘꼰대형’ 노인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 종로&장금이는 좋은 아이디어 같다.

“노인들은 전통음식의 장인(丈人)이다. 이들의 노하우를 살린 된장과 고추장 등을 지역 사회에 알리고 브랜드화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코로나19로 내년으로 연기된 ‘장(醬)문화축제’와 함께 어르신들이 주인공이 되는 레시피 북도 발간할 계획이다.”

― 코로나19로 대면 행사가 어렵다.

“노인복지 분야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스포츠댄스와 사물놀이 강좌, 컴퓨터 교육과 유튜브 활용하기, 남성 어르신 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 좋아하는 경구를 들려 달라.

“삼일수심 천재보(三日修心 千載寶) 백년탐물 일조진(百年貪物 一朝塵), 삼 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가 되고, 백 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에 티끌이 된다고 했다. ‘초발심자경문’ 중 스님이 되어 처음으로 지켜야 할 덕목 중에 나오는 구절인데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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