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는 이제 그만… 체계적 직무 교육으로 이직률도 ‘뚝’

송혜미 기자

입력 2021-08-10 03:00 수정 2021-08-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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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무능력표준’ 현장서 호평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헤어 디자이너 한 명이 머리 손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래쪽은 경남 거제시 거제제일해양에서 근로자가 훈련받고 있는 모습. 두 기관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직무 중심의 훈련을 강화하고 이직률을 낮췄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현장에서 ‘샴푸하기’로 뭉뚱그려 가르쳐 온 일도 능력 단위로 쪼개 보니 총 51단계가 되더라고요. 그동안 ‘눈치 없다’, ‘일머리 없다’며 교육생의 역량 부족을 탓했지만, 사실은 교육생을 제대로 가르칠 표준화된 교육훈련 지침서가 없었던 거였어요.”

대한미용사회중앙회(중앙회) 관계자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도입하기 전 헤어미용 교육의 문제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NCS 도입 전까지 헤어 분야에서는 제대로 된 직무교육이 없었다. 학교와 사설 훈련기관은 적지 않게 설치됐지만 교육 내용이 현장과 동떨어져 헤어숍 등에서는 직원을 뽑을 때마다 기초부터 새로 가르쳐야 했다. 현장에서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는 게 교육의 전부였다. 이 때문에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유명 해외 브랜드의 교육 프로그램을 구입해 쓰는 일이 적지 않았다.

○ 아시아에 수출되는 한국형 미용교육

중앙회가 2014년 한국산업인력공단의 NCS 개발사업 공모에 참여해 헤어디자이너 NCS를 만든 배경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깔려 있었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특정한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태도 등의 능력을 국가가 표준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헤어디자이너가 고객의 머리를 감기기 위해서는 샴푸 전에 고객의 모발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빗과 빗질 방법을 선택하여 빗질을 해야 한다. 또 모발 상태와 파마·염색 여부에 맞춰 적절한 샴푸를 고를 줄도 알아야 한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5월 말까지 헤어디자이너를 포함해 1039개 직업에 대한 NCS가 개발됐다.

중앙회가 개발한 헤어디자이너 NCS는 표준화된 교육훈련 과정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 학교와 사설 훈련기관의 수업 커리큘럼은 NCS에 맞춰 바뀌었다. 해외 브랜드의 교육프로그램을 사다 쓰던 미용실들은 이제 NCS 기반의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국내 교육 방법을 수출하고 있다.

중앙회 측은 “NCS 도입으로 미용업계에 직무표준이 만들어지면서 비달사순 같은 해외 브랜드에 비싼 로열티를 주고 커리큘럼을 사용하던 관행이 사라졌다”며 “이제는 NCS에 기반한 우리 헤어미용 교육프로그램이 국가기술자격 체계가 없는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에 환영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NCS 도입 뒤 이직률 40%에서 10%로

중소기업은 여건상 제대로 된 교육훈련 체계를 갖추기가 어렵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직원들이 퇴사하는 주요 이유가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는 것”이다. 선박 부품 제조업체인 거제제일해양 역시 이런 이유에서 2019년 직원 이직률이 40%에 달했다.

회사가 찾은 돌파구는 정부의 NCS 기업 활용 컨설팅이었다. NCS를 토대로 교육훈련 설계를 도와주고, 관련된 정부지원제도를 연계해 주는 제도다. 직무능력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가능해지자 지난해 이직률은 10%로, 1년 만에 75%가 줄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당시 조선업 불황으로 매출이 급감하던 시기였는데, NCS를 기반으로 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원 업무능력이 올라가면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NCS는 직업훈련, 인사관리뿐만 아니라 채용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테마파크인 서울랜드는 전체 직원의 43%가 속한 운영팀의 평균 근속 연수가 1년밖에 되지 않아 고민이 컸다.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끝없이 인력을 채용했지만, 직원들이 수많은 이용객을 응대하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주 퇴사했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회사는 채용시스템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운영팀 일을 맡기려면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고민 없이, 관행적인 채용이 이뤄져 왔다는 반성이 나왔다. 이후 서울랜드는 NCS 기업활용 컨설팅을 통해 운영팀의 직무를 분석했다. 또 채용 과정에서 분석 결과를 반영했다. 그 결과 2017년 월평균 9.7%에 달하던 이직률을 지난해 4.0%로 줄일 수 있었다.

송홍석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NCS가 일터 현장에서 사람을 키우는 핵심 기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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