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같은 위기는 처음”…땀 흘려 키운 애호박 폐기에 농민들 ‘눈물’

이인모 기자

입력 2021-07-25 14:46:00 수정 2021-07-25 14: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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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에서 애호박 가격안정을 위한 산지폐기 조치가 시작된 가운데 최문순 화천군수가 현장 점검에 나섰다. 화천군 제공



최근 강원 화천산 애호박이 산지에서 폐기되기 시작했다. 생산량이 크게 늘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비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25일 화천군에 따르면 이번 애호박의 산지 폐기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주도하고 있다. 22일 오후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 산자락에서는 눈물의 폐기 행사가 열렸다. 트랙터가 밭에 가득 쌓인 연둣빛의 싱싱한 애호박들을 바퀴로 갈며 지나갔다. 방금 전 수확돼 트럭에 가득 실려 온 애호박들이었다. 정성껏 키운 애호박을 갈아 없애야 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폭염처럼 타들어갔다.




애호박 전국 최대 주산지인 화천에서 폐기될 애호박은 무려 213t. 강원도에 배정된 300t 폐기 물량 가운데 약 70%을 차지한다. 화천군에 따르면 올해 애호박의 시장 반입량은 생산량 증가로 인해 지난해 대비 14% 증가했고, 가격은 평년에 비해 40% 넘게 폭락했다. 이에 따라 시장 가격 안정화를 위해 애호박 산지폐기가 시작된 것. 폐기 보상금은 한 상자(8㎏) 당 5200원으로 겨우 손해를 면할 수준이다.

22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의 한 산자락에 폐기를 앞둔 애호박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애호박은 생산량이 급증했지만 소비가 줄어 가격이 폭락했다.화천군 제공



일반 애호박 한 상자는 16~22일 평균가격이 3889원에 형성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26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농가들은 올해 가격 폭락 사태가 고온으로 일시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사적모임 인원이 제한되고 식당의 영업시간도 단축되면서 소비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학교의 비대면과 잇단 휴교 등으로 단체급식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이달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때 한 상자에 1만1410원까지 올랐던 애호박이 이달 19일 2423원까지 폭락했다.



농가들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다 강화되면서 당분간 애호박 소비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23일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2주일 연장을 발표하면서 불안감은 커졌다. 이들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인수 간동면 도송리 이장은 “현재는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며 “수십년 동안 애호박 농사를 했지만 올해 같은 위기 상황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최문순 화천군수는 “정부와 농협의 1차 산지폐기로도 부족하면 우리 군의 농산물 가격안정 지원조례를 통해 가격안정 자립금 지원과 추가 산지폐기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화천에서는 114개 농가가 200㏊ 이상 밭에서 애호박을 재배하고 있다. 여름과 가을철 일반 노지재배를 통해 연간 4500t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 유통량의 70%에 달하는 규모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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