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 제주항공 무상감자 실시 “재무구조 개선”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7-09 03:00:00 수정 2021-07-09 03: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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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가 5대1 감액… 유상증자도 추진
진에어 등 다수 LCC 자본잠식 상태
단기 유동성 우려 잠재울 수 있지만 코로나 확산 거세지면 고정비 부담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액면가 무상감자 카드를 꺼내 들면서 항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재무 개선이 이뤄지면 일단 회사 상황은 숨통이 트이고 향후 항공 수요 회복을 기대할 시간도 벌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1주당 5000원인 보통주 액면가를 1000원으로 감액하는 액면가 무상감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자본 확충을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의 올해 1분기(1∼3월) 기준 자본금은 1924억 원, 총자본은 1370억 원이다. 자본금보다 총자본이 적으면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판단한다. 이럴 때 기업이 쓰는 조치 중 하나가 무상감자다. 기존 주주들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은 채 주식 액면가를 낮춰 장부상 자본금 규모를 줄이는 조치다. 제주항공의 무상감자가 성공하면 자본금이 384억 원으로 감소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재무제표상으로는 사정이 좋아지지만 기업에 실제로 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무상감자 및 유상증자 여파로 8일 제주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1650원(6.65%) 떨어진 2만3150원에 장을 마쳤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자본금의 50% 이상이 잠식되면 한국거래소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거래정지 될 수 있다. 항공사들은 항공면허에도 문제가 생긴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항공사에 재무 개선 명령을 내린 뒤 50% 이상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 사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당장 면허를 취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내 LCC들은 대부분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등은 부분 자본잠식, 에어서울과 플라이강원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신규 LCC인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는 유상증자, 신규 투자자 물색에 나섰다. 항공사들은 자산 매각, 항공기 반납, 차입, 직원 유·무급 휴직, 무착륙 관광 비행 등으로 버티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기존 주주들이 희생하는 무상감자와 자본금이 들어오는 유상증자가 동시에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회사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 조치가 회생의 마중물이 돼 여행 안전 권역(트래블 버블) 시행,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등이 속도를 내면 예상보다 빨리 호전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상황에 따라 델타 변이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면 올 하반기(7∼12월)엔 항공사들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LCC 관계자는 “다양한 재무구조 개선 방법을 찾고 있지만 무엇보다 항공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정부 등의 추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자본잠식을 벗어나 단기 유동성 우려는 일단 잠재울 수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객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 리스료, 항공기 유지비 등 높은 고정비로 인한 유동성 부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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