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사람도 팔 사람도 불만인 부동산시장… 온라인 쇼핑처럼 바꿀 것”

김호경 기자 , 김호경기자

입력 2021-07-03 03:00:00 수정 2021-07-04 22: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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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플랫폼 ‘직방’ 안성우 대표
“중개사들 같은 매물 놓고 경쟁… 거래 성사에 급급, 서비스 뒷전”
“VR로 아파트 내부-조망 등 확인… 상담부터 계약까지 온라인으로”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만난 직방의 안성우 대표. ‘중개보수가 아깝지 않은 중개서비스’를 내걸고 아파트 중개시장에 뛰어들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파트를 사거나 전셋집을 구하려면 발품을 파는 건 필수다. 온라인 매물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고, ‘알짜 매물’은 공인중개사 서랍 속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든 상품을 온라인으로 사고파는 시대지만 아파트만큼은 예외였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도 못 받는데 중개보수를 많이 낸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안성우 대표(42)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아파트 중개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삼일회계법인과 벤처캐피털인 ‘블루런벤처스’ 등을 거쳐 2011년 직방을 창업했다. ‘직접 찍은 방 사진’을 모토로 최근 10년간 원룸 매물 정보 앱으로 원룸 중개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지난달 23일 그를 만났다.


● “모두가 만족 못 하는 중개시장”


안 대표는 국내 부동산 중개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소비자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점을 꼽았다. 외제차 매장만 가도 극진한 서비스를 받는데, 외제차보다 훨씬 비싼 아파트를 살 때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제대로 상담받기 어렵고 필요한 생각만큼 많은 정보를 얻지도 못한다. 중개시장에서 소비자가 ‘을’인 이유다. 그는 국내 중개시장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집주인이 특정 공인중개사에게만 중개를 맡기는 전속 중개가 보편화된 미국에선 공인중개사 노력 여부에 따라 계약이 성사된다. 집주인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공인중개사들이 거래를 성사시키려 최선을 다하는 이유다.”

반면 국내에서는 중개보수가 해외보다 높지 않지만 서비스 수준이 낮았던 게 문제라는 것. 공인중개사들이 같은 매물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거래를 빨리 성사시키기에 급급하고, 어렵게 구한 ‘알짜 매물’은 다른 공인중개사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꽁꽁 감춘다.


● 아파트 거래도 온라인 쇼핑처럼

직방이 지난달 내놓은 비대면 중개서비스 ‘온택트 파트너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소비자는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3차원(3D) 지도와 가상현실(VR)로 정확한 동·호수와 아파트 내부, 조망, 채광 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상담부터 계약까지 할 수 있다. 원하면 방문도 가능하다.

안 대표는 이를 온라인 쇼핑에 비유했다. 그는 “아내는 아이를 재운 뒤 한밤에 라방(라이브방송)으로 쇼핑한다”며 “언제 어디서나 아파트 정보를 얻고 상담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집을 구할 때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그는 선진화된 해외 중개시장을 참고했다. “국내에선 전화 상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선 유선이나 온라인 상담은 기본이고 ‘넷플릭스’가 취향분석을 하듯 챗봇으로 미리 의뢰인 성향을 파악해 상담해준다.” ‘디지털 갈라파고스’ 상태에 빠진 국내 중개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뜻으로 보인다.

이 서비스는 직방이 플랫폼만 제공하고 실제 중개는 제휴 공인중개사들이 맡는 구조다. 중개보수는 기존처럼 법정 상한선 이내에서 공인중개사와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그는 “싸고 질 낮은 서비스가 아니라 ‘중개보수가 아깝지 않은 중개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집값 급등으로 늘어난 중개보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걸 안타까워했다.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는 근본 해법은 중개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인데, 중개보수 인하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내 중개보수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 중개업계 반발엔 “중개사도 돕는 서비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시장 참여자들이 반발하는 현상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달 22일 “직방이 영세 공인중개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공인중개사와 상생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고객 응대가 가능해지면서 중개사들이 고객과의 대면 상담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등 업무 생산성이 올라가고 아직 창업하지 않았거나 상가나 원룸 등 비(非)아파트 공인중개사에겐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 46만여 명 중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11만여 명에 그쳐 35만여 명은 자격증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 상가나 원룸 등 비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도 7만여 명이다. 직방은 새로 창업하는 공인중개사가 참여하면 첫 1년간 5000만 원의 수익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공인중개소를 차리려면 최소 5000만 원은 있어야 한다. 매년 10명 중 2명꼴로 문을 닫는다. 직방과 제휴하면 창업비용과 폐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직방과 제휴 공인중개사는 중개보수를 절반씩 나눈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중개사고 피해를 직방이 책임지려면 불가피했다는 게 직방의 입장이다. 직방은 중개사고 피해를 100억 원까지 보상하는 보증보험을 가입했다. 대다수 공인중개사가 가입하는 보험의 보장한도(1억 원)를 크게 웃돈다. 그는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계약서에 직방이 공동 날인을 해야 했다”고 배분율에 대해선 “공동 날인한 공인중개사들이 중개보수를 절반씩 나누는 업계 관행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업계에선 직방이 시장을 장악하면 중개보수를 더 가져가거나, 아예 ‘직접 중개’를 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안 대표는 “중개시장은 특정 기업이 시장 질서를 바꿀 만큼 지배력을 갖기 어렵다”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실제 직방은 한때 직접 중개나 공인중개사가 없는 직거래 방식을 검토했지만 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평생 소득과 맞먹는 금액의 중요한 거래를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하긴 어렵다고 봤다. 오랜 고민 끝에 기존 공인중개사와 제휴하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직방이 지난달 15일 제휴 공인중개사를 모집한 지 1주일 만에 500여 명이 지원했다. 자격증을 따놓고도 개업하지 않은 공인중개사나 비아파트를 다루는 젊은 공인중개사들이 상당수였다. 이들은 직방이 ‘기회’라고 본 셈이다. 직방이 이젠 소비자의 판단을 받을 차례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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