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버틴 이준석, 막판 연속버디로 첫 감격

강홍구 기자

입력 2021-06-28 03:00:00 수정 2021-06-28 0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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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박은신에 1타 앞서
단숨에 4억원 거머쥐고 환호
“6년전 천안 이사 ‘안방 코스’ 빚 갚고 맘 편히 투어 뛸 것”


호주교포 이준석이 27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내셔널타이틀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역전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양손을 하늘로 들며 기뻐하고 있다. 2008년 코리안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를 수석으로 통과한 뒤 처음으로 따낸 투어 우승이다. 대한골프협회 제공

‘Spero Spera(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호주교포 이준석(33)의 왼쪽 팔뚝에는 라틴어 문구를 새긴 문신이 있다. 2008년 코리안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를 수석으로 통과하며 혜성처럼 등장하고도 그 후 13년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동안 수없이 자기 자신을 다잡았던 문구였다.

간절히 바라던 첫 우승은 팔뚝에 새긴 문구처럼 다가왔다. 16번홀(파3) 보기로 선두와 2타 차까지 뒤처져 있던 이준석은 17번홀(파4)에서 약 10m 거리의 버디를 따내며 극적으로 공동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18번홀(파5)에서 3m 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대역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내가 본 대로 믿고 쳤다”던 이준석은 우승이 확정된 뒤 자신보다 크게 소리 지르며 기뻐하는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준석이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국내 무대 첫 우승을 차지했다. 27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4개로 이븐파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8언더파 276타로 박은신(31)을 1타 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 4억 원을 거머쥐며 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 상금 랭킹 23위에서 2위(약 4억5586만 원)로 도약했다.

어릴 때 육상, 쇼트트랙 등을 했던 이준석은 15세 때 호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호주 대표로도 활동했고 전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제이슨 데이(34)와 막역한 사이가 됐다. 2012년 차이나투어에서 우승하기도 했지만 코리안투어에서는 준우승만 두 차례(2018년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020년 GS칼텍스 매경오픈)하며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준석은 “투어 입문 뒤 드라이버 입스로 6년 동안 고생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아시안투어 병행 당시 인천 영종도에 3년 정도 살았던 이준석은 6년 전 천안으로 이사 오며 국내 투어에 집중했다. 우정힐스CC를 안방 삼아 훈련하다 보니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알려진 이준석은 지난해 갑상샘암 수술에도 골프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았다. 두 자녀를 둔 아빠인 이준석은 “18번홀 티샷 이후 다리에 쥐가 나 힘이 덜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잘된 것 같다”며 “통장에 상금이 들어오면 우승 실감이 날 것 같다. 일단 빚도 갚고 좀 더 마음 편하게 투어를 뛰고 싶다”며 웃었다.

역시 첫 우승에 도전했던 박은신은 18번홀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주 전 SK텔레콤 오픈에 이어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김주형(19) 역시 한때 단독선두에 나서기도 했지만 공동선두로 맞이한 18번홀에서 티샷이 OB구역으로 가면서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보기로 대회를 마무리하며 3위에 올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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