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가 늘어난다…20·30대 귀농가구 역대 최대 증가
주애진 기자
입력 2021-06-24 20:23 수정 2021-06-24 20:27
서울에서 회사를 다녔던 이충희 씨(35)는 지난해 어머니와 함께 충남 공주로 이사와 딸기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몇 년 전 우연히 귀농귀촌 박람회를 방문했다가 ‘농업이 유망산업이구나’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농업에 꽂힌 이 씨는 2019년 정부의 청년 귀농 장기교육에 참여해 차근차근 준비한 끝에 ‘청년 농부’가 됐다. 이 씨는 “직장생활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스트레스도 적고 농촌생활이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농업과 농촌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이 늘면서 지난해 귀농한 20, 30대 청년 가구가 역대 최대인 1362가구로 증가했다. 귀농한 10가구 중 7가구는 ‘나 홀로 귀농’ 가구였다.
24일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한 가구는 35만7694가구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였다. 귀농이 1만2489가구, 귀촌이 34만5205가구였다. 귀농인은 동 지역에서 읍면 지역으로 이사한 사람 중 농사를 짓는 사람이다. 귀촌인은 이 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적한 농촌 생활에 대한 관심이 늘고, 50, 60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농촌에서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귀어가구는 897가구로 전년보다 0.8% 줄었다.
30대 이하 귀농가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세대주가 30대 이하인 귀농가구는 전년보다 12.7% 늘어난 1362가구였다. 이들이 귀농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9%였지만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귀농가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50, 60대 가구는 8425가구로 같은 기간 9.3% 늘었다.
청년 귀농이 증가하는 이유는 정부의 ‘청년농’ 지원사업과 청년들의 농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 때문이라고 농식품부는 분석했다. 지난해 귀농귀촌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는 귀농한 이유로 ‘농업의 비전·발전 가능성’(39.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농업 신기술이 발달하며 청년 창농도 늘고 있다.
귀농가구 중 1인 가구 비중도 늘고 있다. 1인 귀농가구의 비중은 지난해 74.1%로 전년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세적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한 데다 혼자 내려와 자리를 잡은 뒤 가족을 부르는 ‘신중한 귀농’이 많은 영향”이라고 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88개 시·군에서 운영 중인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을 내년에 100개 시·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농업 일자리 연계교육 등 맞춤형 지원도 제공한다.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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