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플라스틱 용기, 고급스럽고 재활용 100%”

김포=전승훈 기자

입력 2021-06-23 03:00:00 수정 2021-06-23 05: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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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선 우성플라테크 대표
유리 대용 페트 화장품 용기로 특허… 국내외 글로벌 화장품 회사에 공급
라벨까지 재활용 가능 소재 개발중… “중소 제조업, 4차산업혁명에 필수”


경기 김포시에 있는 화장품 용기 전문업체 우성플라테크의 허남선 대표. 그가 이 회사에서 개발한 유리병과 똑같이 투명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특수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025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는 환경 리사이클링 소재의 용기가 아니면 생산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화장품 용기의 글로벌 경쟁력은 최첨단 리사이클링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경기 김포시에 있는 우성플라테크는 국내 1위의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다. LG생활건강과 같은 국내 화장품뿐 아니라 로레알, 랑콤, 에스티로더와 같은 글로벌 명품 화장품 회사들도 이 회사가 만든 플라스틱 용기를 쓴다.

허남선 우성플라테크 대표(60)는 고졸 기업인으로서 평생 첨단기술 개발에 힘써 500억 원대 매출 규모의 회사로 키워 온 경영인이다. 그는 올해 초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하는 167호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화장품은 유리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허 대표는 끝없는 기술개발 끝에 ‘투명유리 대용 페트 화장품 용기’ 특허를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유리는 추운 날씨나 해외배송 중 냉동창고에서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라스틱 용기는 유리에 비해 무게가 3분의 1로 가볍지만 강도와 내화학 성능이 뛰어나요. 다만 페트(PET)는 두꺼워지면 탁해져 예쁘지 않은 것이 문제였는데, 페트를 순식간에 냉각시키는 ‘헤비블로 성형’ 기술로 두꺼운 페트를 유리병처럼 투명하게 만드는 데 결국 성공했습니다.”

그가 만든 특수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는 친환경 리사이클링으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저감’이 핫이슈입니다. 유리는 1200도의 열로 규사를 녹여서 만들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가스와 전기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반면 플라스틱은 220∼280도에서 녹습니다. 생수병이나 콜라병을 만드는 페트와 동일한 소재로 만드는 헤비블로 화장품 용기는 100% 리사이클링이 가능합니다.”

허 대표는 플라스틱과 금속 스프링이 섞여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했던 화장품 용기의 펌프까지도 100%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럽에서는 2025년부터는 ‘PCR(재활용 가능)’ 플라스틱 소재를 쓴 용기가 아니면 아예 생산 허가가 안 나옵니다. 또한 앞으로는 색깔이 들어가 있는 용기는 분리 배출이 안 되기 때문에, 모든 화장품이 투명한 용기에 떼기 쉬운 라벨만 붙일 것입니다. 라벨을 떼지 않아도 되도록 PP용기에는 PP라벨, PET에는 PET소재 라벨을 붙이는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우성플라테크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특히 작년에 자체 생산한 손세정제가 7000만 개가 팔린 데 이어 올해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에 손세정제를 대량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이 회사는 고졸사원들을 우대하는 직장으로 유명하다. 경영, 회계를 맡고 있는 핵심 임원과 개발총괄 책임 팀장 대부분 고졸사원들이다. 5년 이상 근속 직원 자녀 대학학자금 전액 지원, 직원 결혼축하금(500만 원), 출산 장려금(첫 아이 200만 원, 둘째 300만 원, 셋째 500만 원) 등 세심한 직원복지도 자랑거리다. 허 대표가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입사를 앞두고, 중소업체로 진로를 바꿔 성공했던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금오공고 졸업 동기 중에 35명 정도가 삼성전자에 입사했습니다. 20년 정도 지나니 그중 절반가량이 임원을 달았다가 3, 4년 후 대부분 퇴사했더군요.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택한 제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흙수저가 금수저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죠.”

허 대표는 “중소 제조업은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뒷받침할 꼭 필요한 분야”라며 “젊은이들에게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중소 제조업 회사에서 적어도 5년 이상 인생을 위해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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