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세대 선두 나선 달리기왕 박민지 [김종석의 TNT타임]

김종석 기자

입력 2021-06-21 15:07 수정 2021-06-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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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멕시코 월드 아마 단체전 우승 삼총사
“우정과 경쟁으로 시너지” 대표팀 박소영 코치 회고
대한골프협회 체계적인 지원 받은 축복 세대


신중하게 퍼팅라인을 읽고 있는 박민지. 동아일보 DB


한국 여자골프의 새로운 황금세대로 ‘멕시코 삼총사’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세로 떠오른 박민지(23)를 비롯해 박현경(21), 최혜진(22)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 대회 21타차 정상 합작
세 명의 선수는 10대 고교 시절인 2016년 9월 멕시코 리베리아 마야의 엘카말레온골프장에서 끝난 세계 여자아마추어 골프 팀 선수권에서 한국을 4년 만에 다시 정상으로 이끌었다. 2위 스위스를 무려 21타차로 제친 대승이었다. 당시 학산여고 2학년이던 최혜진은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를 쳐 비록 시상은 없었어도 개인전에서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영여고 졸업반 박민지는 9언더파를 기록했고, 함열여고 1학년 박현경은 9언더파를 적었다. 현장에 다녀온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시상식에서 최혜진이 일어나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박민지가 공동 3위, 박현경이 10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대회에 출전했던 하타오카 나사(일본), 해나 그린(호주)은 후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이 대회 우승을 통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회원 자격을 확보한 10대 세 명은 서로를 “프로”라고 부르며 다가올 미래를 향한 기대감을 키웠다.

고교 시절 골프대표팀 단복을 입고 있는 박민지, 최혜진, 박소영 코치, 박현경(왼쪽부터) 대한골프협회 제공


●태극마크 늦었지만 땀으로 극복
아마추어 시절부터 단연 최강이던 최혜진이 KLPGA투어에서도 먼저 이름을 날리며 주요 타이틀을 휩쓸었다. 이번 시즌에는 박민지가 시즌 개막 후 10개 대회에서 5승을 휩쓸며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최근 2개 대회에서는 치열한 선두 경쟁 끝에 박민지가 우승을, 박현경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표팀 코치 시절 세 명을 지도한 박소영 프로(45)는 누구보다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한없이 어리게만 보였던 제자들이 어느덧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6년은 박인비가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시기다. 박민지, 최혜진, 박현경은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오른 박인비의 모습을 보며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박소영 프로는 “박민지가 나이는 가장 많았지만 대표팀에는 가장 늦게 선발됐다. 박민지가 대표 1년차였을 때 최혜진이 3년차, 박현경이 2년차였던 걸로 기억된다. 대표팀에서 톱이었던 최혜진이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을 많이 줬다. 세 명이 합숙도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젠 좀 쉬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훈련에 몰두하는 성실성을 지녔으며 골프선수로 그리 여유 있는 환경은 아니어서 더욱 노력하는 집념을 보였다는 게 박 프로의 설명.

멕시코 세계 아마추어 팀 선수권 우승을 합작한 박민지, 최혜진, 박현경. 대한골프협회 제공


●고소공포증으로 1층에서만 연습
박민지에 대한 기억도 누구보다 또렷이 남아 있다. “민지가 대표팀이 처음이라 단체 생활을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가 운동(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을 하셔서 민지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이번 시즌 박민지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상승세의 비결을 꼽았다. 고교시절에도 이미 그는 체력왕으로 유명했다. 박소영 프로에 따르면 박민지는 그 누구보다 체력 강화 위주의 훈련에 매달렸다. 어머니의 코치 아래 대회에 나가면 티타임에 맞춰 시간대별 스트레칭 등 워밍업에 공을 들였다. 골프장 주차장을 달리기도 했다. 대표팀 훈련 장소 가운데 하나인 경기 포천시 베어스타운 골프장 입구 가파른 오르막길을 달려서 오르기를 반복했다.

박소영 프로는 박민지의 정교한 어프로치 샷에 대한 비결도 공개했다. “박민지가 약간 고소공포증이 있다. 그래서 골프연습장 2,3층에서는 공을 못 친다. 1층에서만 하다 보니 거리감이 유달리 좋다. 다른 선수들도 그 영향으로 1층에서 연습하게 됐다.”

한국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친 박민지와 박현경. 박준석 작가 제공


●대표팀이 성장의 원동력
박소영 프로는 “이 친구들은 축복받은 아이들이다. 대한골프협회의 체계적인 지원도 많이 받았고 해외 큰 대회에도 자주 나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탄탄한 선수 선발과 육성 시스템 덕분에 한국 여자골프가 화수분처럼 큰 선수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는 의미였다. 골프가 철저하게 개인운동이지만 대표팀 생활을 통해서 합숙과 단체 생활을 통해 골프 실력 뿐 아니라 멘털도 키울 수 있다는 것.

요즘도 세 선수와 자주 통화한다는 박소영 프로는 “정상의 자리가 하나뿐이니 누군가는 힘들 때도 있다. 슬럼프를 겪는 경우도 많다. 박민지, 박현경, 최혜진이 우정어린 대결을 펼치면서 계속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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