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日 의존했던 반도체 소재 국산화
곽도영 기자
입력 2021-06-09 03:00 수정 2021-06-09 08:15
중견기업과 고순도 염화수소 개발
日 수출규제 2년만에 성과
삼성전자가 일본과 독일에서 전량 수입하던 반도체 핵심 소재 ‘고순도 염화수소’를 국내 중견기업 백광산업과 손잡고 국산화에 성공했다.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자 개발에 착수한 지 2년 만에 일본 의존도가 높던 소재의 국산화에 성과를 거둔 것이다.
8일 삼성전자 및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양 사는 고순도 염화수소를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에 실제 적용하는 품질 테스트를 최근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7∼12월) 중 최종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고순도 염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웨이퍼에 그려진 반도체 회로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부식시켜 깎아내는 식각(蝕刻)액으로 쓰인다. 삼성전자는 그간 협력사인 솔브레인을 통해 일본 토아고세이, 독일 린데 등의 제품을 수입해 왔다. 지난해 수입 규모만 약 570억 원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소재의 단일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순도 염화수소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한 품목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고순도 불화수소 등 일본이 독점하던 일부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공급망을 점검하며 국산화 및 다변화에 나서 왔다. 지난해부터 한국 반도체 소재 기업인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동진쎄미켐 등이 속속 불화수소 등의 소재 국산화 성과를 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에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한다고 밝혔다. 일본에 소재 수입을 의존해 온 한국 반도체 업계는 소재가 동이 나면 공장이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대중소 기업이 힘을 합쳐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의 공급망을 점검해 다변화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솔브레인은 지난해 1월 액체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고, 6월에는 SK머티리얼즈가 초고순도 기체 불화수소 국산화가 가능해졌다고 발표했다. 올해 3월에는 동진쎄미켐이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개발 기록을 남겼다. 모두 일본의 규제 품목에 포함됐던 대상이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소재들이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규제 카드를 꺼냈던 일본에 부메랑이 됐다. 올 초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가 일본 반도체 소재 수입을 줄이고 있다며 한국의 소재 국산화가 일본 기업에 타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일본의 주요 소재 기업인 도쿄오카공업과 다이킨공업 등은 수출 규제를 피해 국내에 생산시설을 짓거나 합작사를 세우는 등 한국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장비는 해외 의존도가 80%에 이른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공급망의 작은 문제가 큰 손실로 이어지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공급처 다변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日 수출규제 2년만에 성과
삼성전자가 일본과 독일에서 전량 수입하던 반도체 핵심 소재 ‘고순도 염화수소’를 국내 중견기업 백광산업과 손잡고 국산화에 성공했다.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자 개발에 착수한 지 2년 만에 일본 의존도가 높던 소재의 국산화에 성과를 거둔 것이다.
8일 삼성전자 및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양 사는 고순도 염화수소를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에 실제 적용하는 품질 테스트를 최근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7∼12월) 중 최종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고순도 염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웨이퍼에 그려진 반도체 회로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부식시켜 깎아내는 식각(蝕刻)액으로 쓰인다. 삼성전자는 그간 협력사인 솔브레인을 통해 일본 토아고세이, 독일 린데 등의 제품을 수입해 왔다. 지난해 수입 규모만 약 570억 원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소재의 단일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순도 염화수소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한 품목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고순도 불화수소 등 일본이 독점하던 일부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공급망을 점검하며 국산화 및 다변화에 나서 왔다. 지난해부터 한국 반도체 소재 기업인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동진쎄미켐 등이 속속 불화수소 등의 소재 국산화 성과를 냈다.
반도체 장비 해외 의존도 80%… 아직 갈길 멀어
2019년 7월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에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한다고 밝혔다. 일본에 소재 수입을 의존해 온 한국 반도체 업계는 소재가 동이 나면 공장이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대중소 기업이 힘을 합쳐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의 공급망을 점검해 다변화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솔브레인은 지난해 1월 액체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고, 6월에는 SK머티리얼즈가 초고순도 기체 불화수소 국산화가 가능해졌다고 발표했다. 올해 3월에는 동진쎄미켐이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개발 기록을 남겼다. 모두 일본의 규제 품목에 포함됐던 대상이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소재들이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규제 카드를 꺼냈던 일본에 부메랑이 됐다. 올 초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가 일본 반도체 소재 수입을 줄이고 있다며 한국의 소재 국산화가 일본 기업에 타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일본의 주요 소재 기업인 도쿄오카공업과 다이킨공업 등은 수출 규제를 피해 국내에 생산시설을 짓거나 합작사를 세우는 등 한국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장비는 해외 의존도가 80%에 이른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공급망의 작은 문제가 큰 손실로 이어지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공급처 다변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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