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편안하게… 소년, 위안을 건네다

손효림 기자

입력 2021-06-08 03:00:00 수정 2021-06-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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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비 작가 개인전 ‘별과 바람 그리고…’ 스페이스 자모에서 20일까지

‘명상’ Acrylic sand on canvas 53×45.5cm(2020년). 화병의 꽃을 간결하게 그리고 그림자는 녹색으로 표현하는 등 정물에 상상을 더했다.

맑고 편안하다. 즐거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밝은 색채로 정물, 인물, 풍경을 그린 류제비 작가(50)의 그림은 그렇다.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 자모’에서 20일까지 열리고 있는 류 작가의 개인전 ‘별과 바람 그리고 소년’에서 그의 회화 26점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일민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을 열었고 수차례 개인전을 개최한 류 작가는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영남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류 작가는 미술에서 가장 기본으로 여기는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에 집중해 작업하고 있다. 4일 만난 류 작가는 “늘 보던 화병에 담긴 꽃이 어느 날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강렬한 순간을 경험했다. 내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그 후 주변의 대상 하나하나가 신비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별을 보는 소년’ Acrylic on canvas 72.7×91cm(2021년). 꽃, 나무, 별 등을 처음 보듯 신기하게 여기는 소년은 순수함을 상징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이 ‘별을 보는 소년’이다. 꿈꾸는 것 같은 소년의 커다란 눈동자에는 별, 나무가 비친다. 자연 속에서 이를 응시하고 있는 것. ‘생각하는 소년’ 속 소년은 눈을 감고 있는데 유독 귀가 크다. 작가는 “눈을 감으면 더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표현했다”고 말했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은 초록빛 언덕에 하얀 집이 자그마하게 서 있다. 같은 제목의 또 다른 그림에는 오렌지색 땅 위에 알록달록한 집들이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모여 있다.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상상 속 풍경을 그린 것. 파란색 화병은 녹색 그림자를, 베이지색 화병은 보라색 그림자를 드리워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 Acrylic sand on canvas 96×50cm(2021년). 문, 지붕, 창문 외 장식이 없는 집들을 통해 단순함에 대한 갈망을 담았다. 스페이스 자모 제공
그의 작품은 대상을 간결하게 묘사하고 밝은 색감으로 표현해 동화 속 세상 같은 느낌을 준다. 특유의 쨍한 색을 내기 위해 아크릴 물감으로 칠한 뒤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칠하는 작업을 스무 번 이상 한다. 그림 속 화병도 직접 도자기로 빚고 구워내 색칠했다. 원하는 모양과 색깔을 구현해내기 위해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대구 팔공산 자락에 있는 작업실에서 온종일 그림을 그린다. 작업 과정 자체가 수행과 비슷하다고 하자 그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종교는 없지만 명상하듯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요. 슬픔과 기쁨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의 빛깔이 순식간에 달라지니까요.”

그의 작품을 본 이들은 “위안을 받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류 작가는 작업할 때 대략적인 구도는 생각하지만 색깔이나 배열은 감정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한다. 최종적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지는 그 자신도 모른다. 그의 성격이 작품에 투영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류병학 큐레이터는 “류 작가는 엉뚱하고 발랄하다.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맑다. 그 심성이 작품에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 작가의 이름은 시인인 어머니가 제비와 관련된 태몽을 꾸고 지은 본명이다. 그는 서명도 한자 ‘제비 을(‘)’을 쓴다. 어릴 때 이름 때문에 놀림을 너무 많이 받아 여러 차례 개명을 시도했지만 결국 바꾸지 못했단다. 그는 “작가가 되고 보니 개성 있는 이름인 데다 많은 분들이 쉽게 기억해 주셔서 좋다. 어머니가 먼 미래를 내다보신 것 같다”며 웃었다. 수∼일요일 오후 1∼6시. 무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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