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기남 “반도체 투자결정, 총수 필요”
김현수 기자
입력 2021-06-03 03:00 수정 2021-06-03 03:00
[文대통령-4대그룹 대표 간담회]
삼성 안팎 “美에 20조 투자 약속… 리더부재 탓 의사결정 지체 우려”
2일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이 언급되자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의 말에 또 다른 4대 그룹 총수 중 한 명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 3년이 중요하다”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언급하기도 했다.
수십조 원이 드는 반도체 투자 자체로도 리스크가 적지 않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판’이 자유무역에서 ‘기술 냉전’ 시대로 바뀌고 있는 데다 기술 혁신으로 기존 시장이 파괴되고 대체되고 있어 리더의 결단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약 20조 원을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를 공식화했지만 외신의 관심이 몰렸던 공장 부지 발표는 하지 않았다. 아직 미국 의회에 56조 원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데다 텍사스 주정부와의 협의도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 미국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해결해줄 리더의 역할이 없다 보니 의사결정이 늦어진다는 우려가 삼성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수십조 원 투자를 하려면 시장성 확보가 중요하다. 미국에서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길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가 확보돼야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애플은 삼성과 스마트폰 경쟁사라 삼성에 물량을 주는 것을 꺼린다. 애플 같은 대형 고객사들을 설득하고 수주로 이어지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며 “까다로운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최고경영진은 이 부회장이 대화 상대로 나와야 움직인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미중 갈등의 격전지가 되면서 투자 결단에 안보 이슈를 고민해야 하는 등 투자의 위험 요소가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대 그룹 고위 임원은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자산이 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는 모두 십수 년 전 재계 총수들의 위험을 무릅쓴 투자에서 비롯됐다”며 “지금도 수조, 수십 조 원 투자 결단으로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삼성 안팎 “美에 20조 투자 약속… 리더부재 탓 의사결정 지체 우려”
2일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이 언급되자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의 말에 또 다른 4대 그룹 총수 중 한 명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 3년이 중요하다”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언급하기도 했다.
수십조 원이 드는 반도체 투자 자체로도 리스크가 적지 않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판’이 자유무역에서 ‘기술 냉전’ 시대로 바뀌고 있는 데다 기술 혁신으로 기존 시장이 파괴되고 대체되고 있어 리더의 결단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약 20조 원을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를 공식화했지만 외신의 관심이 몰렸던 공장 부지 발표는 하지 않았다. 아직 미국 의회에 56조 원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데다 텍사스 주정부와의 협의도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 미국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해결해줄 리더의 역할이 없다 보니 의사결정이 늦어진다는 우려가 삼성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수십조 원 투자를 하려면 시장성 확보가 중요하다. 미국에서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길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가 확보돼야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애플은 삼성과 스마트폰 경쟁사라 삼성에 물량을 주는 것을 꺼린다. 애플 같은 대형 고객사들을 설득하고 수주로 이어지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며 “까다로운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최고경영진은 이 부회장이 대화 상대로 나와야 움직인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미중 갈등의 격전지가 되면서 투자 결단에 안보 이슈를 고민해야 하는 등 투자의 위험 요소가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대 그룹 고위 임원은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자산이 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는 모두 십수 년 전 재계 총수들의 위험을 무릅쓴 투자에서 비롯됐다”며 “지금도 수조, 수십 조 원 투자 결단으로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비즈N 탑기사
- ‘투머치 토커’의 모자…민희진 폭주에 박찬호 소환 왜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이렇게 63억 건물주 됐나…김지원, 명품 아닌 ‘꾀죄죄한’ 에코백 들어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선물하기 좋은 맥주'로 이름 날려 매출 182% 증가한 브랜드[브랜더쿠]
- 분당 9800채-일산 6900채 ‘미니 신도시급’ 재건축
- 한국에 8800억 투자 獨머크 “시장 주도 기업들 많아 매력적”
- 은행연체율 4년9개월만에 최고… 새마을금고 ‘비상등’
- 슈퍼리치들 30분 덜 자고 책 2배 많이 읽었다
- 재즈 연주회부터 강연까지… 문화로 물드는 서울의 ‘봄밤’
- 맥도날드, 반년 만에 또 올린다… 치킨‧피자까지 전방위적 가격 인상
- 하이닉스, AI붐 타고 깜짝흑자… “美경기 살아야 슈퍼사이클 진입”
- 카드사 고위험업무 5년 초과 근무 못한다…여전업권 ‘내부통제 모범규준’ 시행
- 美-중동 석유공룡도 뛰어든 플라스틱… 역대급 공급과잉 우려[딥다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