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비 아껴 투자”…대학가도 강타한 코인열풍

뉴시스

입력 2021-05-30 07:20 수정 2021-05-30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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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4명 중 1명, 실제 코인 투자
높은 수익률·낮은 진입장벽에 열광
'계층 뛰어넘을 마지막 기회' 이유도
전문가 "단기 투자성향, 잡코인 등"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계속 이것만 들여다보게 된다”, “어느 강의동을 지나가도 다들 비트코인 얘기 뿐”

30일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암호화폐에 투자한다는 대학생들의 이 같은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의 암호화폐 투자 성공기를 공유하거나 여러 고충을 나누는 게시물이 최근 부쩍 늘었다.

여기에는 “코인투자 한달차인 대학생입니다. 50만원에서 1500만원 만들었습니다”라며 자신의 투자노하우를 공유하거나 “대학생이라 시드머니(투자금)는 적지만 천천히 배워가려 합니다” 등 코린이(코인+어린이)의 글도 눈에 띈다.

그동안 암호화폐는 부동산과 달리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고 주식과 달리 시간적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젊은층이 선호해왔다. 특히 직장인을 중심으로 확대되던 코인투자 열풍이 대학가로도 옮겨붙는 분위기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855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암호화폐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40.4%가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49.8%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37.1%로 그 뒤를 이었다. 40대와 50대는 각각 34.5%, 16.9% 순으로 집계됐다.


대학생 4명 중 1명이 암호화폐에 투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대학생 1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이상(52.9%)이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23.6%은 실제로 암호화폐에 투자 중이라고 답했다.

이를 긍정적으로 여긴 이유는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응답자의 33.0%(복수응답)가 ‘높은 수익률’을 꼽았다. ‘투자 금액이나 방법 등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응답률도 31.0%로 근소하게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응답도 15.1%에 달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서 부동산과 주식 열풍이 확대되면 뒤늦게 대학생들도 주식동아리에 가입하거나 부동산 책을 읽는 등 공부하는 방식으로 열풍에 뛰따르곤 했다”며 “암호화폐는 그보다 대학생들이 물리적으로 더 접근하기 쉽다는 이유 때문인지 실제로 투자에 적극 뛰어드는 식이고, 그 속도도 더 빠르게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취직도 안 되고 지금 공부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얼마 안 되는 알바비(아르바이트 소득)지만 시작해봤다”, “밥값 아껴서 코인 시드로 넣자는 마음으로 살고있다” 등의 사연도 올라온다. 이 밖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는 게 공부”, “부자집에서는 이미 주식이나 코인 등을 자녀들에게 가르친다더라” 등 대화도 오가고 있다.


반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학생도 47.0%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투자가 아닌 투기, 도박성이 강하다’는 응답이 26.8%로 가장 많았다. ‘가격 변동성에 따른 위험 부담’이 24.0%, ‘투자 과열로 인한 부작용’이 20.4% 순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실체가 없고 가치가 증명되지 않은 투자 수단’(16.5%), ‘최소한의 법적 장치, 투자자 보호수단이 없어서’(10.0%) 등의 이유도 거론됐다.

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 이 상황이 정상적인 건가”, “어떨 때 보면 광기같이 느껴진다”, “저는 안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다들 하니 나도 해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 등의 우려도 공존한다.

암호화폐 가격이 1년여 만에 10배 가까이 올랐다가 최근 한달여 만에 다시 반토막이 났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나 해외 규제 소식에도 변동폭이 큰 만큼, 높은 수익률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투자금을 잃은 사례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단기 투자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잡코인의 투자 비율이 높은 점도 주목했다.

아미르 A.도살 글로벌파트너십포럼 회장은 뉴시스 금융포럼에서 “한국 젊은층이 꿈 아니면 도박이란 가치에 올인한다는 말을 한국 친구에게 듣고 깜짝 놀랐다”며 “특히 20~30대 초반 10명 중 5~6명이 매일 한 시간 이상 거래소를 들여다보거나 코인을 분석하는 데 시간과 돈을 쓴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보다 한국은 단기 투자성향이 강한 편이다. 김치프리미엄이 지난 2017년에 이어 또 나타난다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예”라며 “다른 나라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주류 암호화폐 외에도 잡코인이라고 불리는 NFT나 물류, 금융 앱 관련 코인이 다수 포함됐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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