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는 공짜가 아니다

동아일보

입력 2021-05-31 03:00 수정 2021-05-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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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한국재료 연구원 원장

미국의 가장 진보적 라디오 진행자로 손꼽히는 톰 하트만은 자신의 저서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을 통해 세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패러다임의 변화, 즉 기후변화, 환경오염, 생태계 및 오존층 파괴 등이 바로 오래전부터 축적되어 온 인류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바로 지금이 문명 발전의 개념을 넘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행동을 서둘러야 하는 시기임을 직접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사람들의 에너지 소비량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지금은 이와 함께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발전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이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적 관점을 놓고 두 개의 숫자를 제시했다. 하나는 510억이고 다른 하나는 0이다. 매년 510억 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이것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는 실질적인 목표치를 우리 사회에 제시한 것이다. 수많은 기업이 이에 동참해 갖가지 방식으로 신에너지 시대에 대응 중이다. 어떤 곳은 태양광 사업에 집중해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대체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한 국내 완성차 업체는 2030년까지 총 7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기반으로 수소전기차 연간 50만 대 생산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 또한 이러한 산업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지원하고자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2050 탄소중립 3+1전략’은 경제구조의 전 영역에서 저탄소화 추진,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육성과 취약 산업·계층을 보호하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등 3가지 전략에 재정, 녹색금융, 연구개발(R&D) 및 국제협력 등 제도적 기반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이다.

한국재료연구원도 이와 같은 탄소중립 정책에 동참하고자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용 소재 개발 △신재생·그린발전 안전소재 개발 △전주기 수소산업 인프라 설비 구축 등에 주력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뒷받침하고 이에 앞장서려는 노력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연초에 신설한 ‘탄소중립소재기술연구기획단’은 신개념 혁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연구사업 기획·발굴, 수행 및 적용을 목적으로 탄소중립 기술 로드맵을 구축하고 미래 대형 사업 도출과 기획을 맡을 전담 조직이다.

수소 경제 확대에 대비해 핵심소재·부품 분야를 맡을 ‘수소에너지 소재기술팀’과 탄소저감 친환경 가스터빈 소재·부품·제조기술 분야를 담당할 ‘가스터빈 제조기술팀’이 중심이 되어 연구개발(R&D) 테마 발굴 및 기획을 맡게 된다. 여기에 ‘탄소중립보안관팀’이 소재 분야 R&D 관점에서 탄소중립을 정의하고 연구원들의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 전환과 관련 정책 및 국내외 신기술 동향을 조사·분석해 이를 지원할 예정이다.

인류는 현재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 명을 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스페이스X’를 설립해 도전을 실천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될 것이냐, 아니면 온실가스 제로 정책을 실현해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빠른 전환을 서두르냐가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인류는 이 두 가지 선택을 제대로 실현하기도 전에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로 멸망에 직면할 수도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선의 노력을 통해 지구의 온도 상승을 파리협약의 목표치 2도보다 낮은 1.5에 머무르게만 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위험은 이전보다 분명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공짜인 것 같지만 결국은 알게 모르게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거다. 환경도 이제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이 아닌 생존을 위해 우리의 생각과 태도, 행동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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