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순배출 ‘0’ 실현하려면 ‘자연의 힘’ 적극 활용해야

동아일보

입력 2021-05-24 03:00 수정 2021-05-24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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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동연구진 시뮬레이션 공개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의 위성 촬영 이미지. 아마존의 토지 개발로 숲이 사라져가고 있다. 연구진은 삼림 벌채를 금지하고 토지 관리를 개선하는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한 탄소 감축 방안을 과학적 연구결과로 제시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본회의에서 ‘파리기후협약’이 채택됐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195개 협약 당사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게 핵심이다. 각국은 온실가스의 약 80%를 차지하는 탄소 순배출을 ‘0’으로 하기 위한 로드맵을 내놓고 있다. 한국도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제시했다. 3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을 내놓고 태양광·풍력, 수소, 석유화학, 수송 효율,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 10대 핵심 기술도 공개했다.

과학자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 노력에 더해 ‘자연의 힘’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중공업 등 산업 분야의 탄소 감축 기술, CCUS 기술 개발 등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현재 개발되지 않은 삼림과 습지, 생태계를 보호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실 지라르댕 영국 옥스퍼드대 ‘옥스퍼드 생물다양성 네트워크’ 과학 부문 책임자가 이끈 국제공동연구진은 자연을 활용하는 탄소 감축이 정량적으로 얼마나 지구상의 탄소를 줄이고 온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지를 분석한 시뮬레이션 연구결과를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3도 이상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 개발과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 감소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결국 지구 대기의 탄소를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자연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삼림 파괴를 제한하고 개발되지 않은 생태계 보호, 습지와 같은 생태계 복원, 목재·농작물·방목을 위한 토지 관리 개선을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제시했다. 2025년까지 이 같은 노력이 이뤄질 경우 연간 10기가t(Gt·10억 t)의 탄소를 자연이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간 10Gt은 전 세계 운송 부문에서 1년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많은 양이다. 이는 특히 2050년까지 매년 10Gt의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분석에 부합한다.

연구진의 시뮬레이션 분석은 지난 수십 년간 이뤄진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칠레에서 130만 ha(1ha는 1만 m²)의 농장이 조성된 후 연간 약 560만 t의 이 지역 탄소 흡수 능력이 1986년 이후 약 5만 t으로 감소했다. 약 30년 전부터 시작된 아프리카 서부 시에라리온의 ‘골라 레인포레스트 국립공원’ 삼림 벌채 금지를 통해 매년 약 50만 t의 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2050년까지 인도 면적의 약 2배인 약 25억 ha의 토지 이용을 개선하고 6억8800만 ha의 생태계를 복원하면 연 10G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진은 이 같은 방안을 적용할 경우 2100년까지 총 0.4도의 기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제시했다. 특히 복원된 자연의 탄소 흡수량은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술 기반의 탄소중립 전략보다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예정인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본회의에서 이번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는 전례 없는 속도로 탈탄소를 추진해야 하며 자연을 활용한 솔루션에 대한 투자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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