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급구, 저녁식사 함께할 동네주민”… 지역기반형 SNS 뜬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입력 2021-05-17 03:00 수정 2021-05-1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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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의 진화



이건혁 산업1부 기자
《30대 직장인 이재경(가명) 씨의 하루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빼놓곤 설명할 수 없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페이스북에 접속해 지인들의 소식을 확인한다. 오전 출근길에는 네이버 카페의 국내 주식,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 투자 정보를 챙긴다. 인스타그램으로 점심 메뉴를 찾고 커피전문점에서 산 커피와 케이크 사진을 찍어 자신의 계정에 올린다. 퇴근길에는 동네 주민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지역 소식과 정보를 확인하면서, 중고 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을 통해 구입하기로 한 중고 서적 판매자를 자택 근처에서 만나 거래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기술의 발전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었다. 1990년대 PC통신과 함께 싹을 틔웠다. 2000년대 들어선 싸이월드가 강력한 파급력으로 시장을 평정했다. 이후 모바일로 중심이 옮겨 오면서 한 사람이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활용하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차세대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두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하이퍼로컬’이 새로운 키워드로 주목 받았다.


○ PC통신, 싸이월드…사람들의 욕구 채워준 서비스들


‘삐삐삐삐, 치지지직.’

전화선으로 데이터 전송망에 접속할 때 나는 요란스러운 연결음과 함께 시작된 PC통신은 1990년대를 상징하는 열쇠 말 중 하나다. 1985년 데이콤의 천리안이 시작됐고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이 뒤따라 생겼다. 속도 경쟁이 붙었고, 전화선 대신 전용 접속망이 생기면서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00년 말 주요 PC통신 가입자 수를 단순 합산하면 1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PC통신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동호회’를 탄생시켰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PC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다. PC통신에 개설된 동호회의 움직임은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현 국가대표 축구대표팀 응원단을 지칭하는 ‘붉은 악마’도 PC통신 축구 동호회에서 탄생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월드와이드웹(WWW) 시대가 열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무게 중심은 다음과 프리챌로 넘어갔다. 다음 카페는 1999년, 프리챌은 2000년 서비스를 시작하며 온라인 동호회를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PC통신과 마찬가지로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카페가 강세를 보였고, 회사나 학교 등 오프라인 관계가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장되는 형태를 보였다.

싸이월드가 2001년 9월 탄생시킨 ‘미니홈피’는 한국 인터넷을 대표하는 서비스였다. 나만의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다는 욕구를 자극하면서 최대 가입자 3200만 명, 월 이용자 2000만 명을 확보한 국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됐다. 미니홈피 이용자 증가는 싸이월드가 서비스하던 커뮤니티 ‘싸이클럽’ 활성화로도 이어졌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의 경계가 낮아지게 된 계기로도 평가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모바일 환경에서도 사용하기 편리한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서비스들이 국내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트위터의 ‘리트윗’ 기능은 개별 이용자를 연결시키는 속도를 향상시킴으로써 온라인에서의 관계를 확장하길 원하는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이후 모바일 기기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사진이나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 동영상을 공유하는 유튜브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최근 들어서는 관계보다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선호하는 짧은 동영상(쇼트폼) 플랫폼 틱톡이 주목받았다.


○ 코로나19가 키운 ‘하이퍼로컬’





이렇듯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 커뮤니티 등 소셜미디어는 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욕구를 해결해주면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을 통한 교류가 제한되자 근거리에 위치한 이웃들과 정보를 주고받고 네트워크를 쌓으려는 욕구가 강해졌다. 이에 가까운 지역 내에 한정해서 네트워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퍼로컬’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의 자리매김을 꾀하고 있다. 중고 거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동네를 서비스 지역으로 설정했는데, 최근에는 중고물품 거래는 물론이고 거주 지역과 관련된 작은 소식을 전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당근마켓을 통해 분실물을 찾거나,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것처럼 집 근처에서 함께 밥 먹을 사람을 구하는 것과 같은 일도 일어나고 있다. 네이버도 최근 동네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이웃톡 서비스를 내놨으며,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는 특정 지역 거주민만 모인 오픈채팅방이 활성화돼 있다.

해외에서도 하이퍼로컬을 주목하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2011년 미국에서 시작된 넥스트도어는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 대한 정보와 커뮤니티, 중고 거래, 지역업체 광고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동안 성장이 더뎠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용자가 늘면서 기업가치도 50억 달러(약 5조6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10월 지역 이웃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네이버후드’ 서비스 테스트를 시작했다.

정보기술(IT) 업계는 하이퍼로컬 기반 서비스의 강점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용이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 맞춤형 광고와 뉴스, 근거리 물품 배송 등을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때문에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마켓 앤드 마켓은 하이퍼로컬 기반 시장 규모가 2019년 9730억 달러(약 1100조 원)에서 2026년 3조6343억 달러(약 4100조 원)로 연평균 약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퍼로컬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대세 인터넷 커뮤니티가 될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새로운 대세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는 최근 이용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제한됐던 사교 활동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콘텐츠 부족 등의 한계가 드러나며 인기가 시들해졌다.

하이퍼로컬 기반 서비스 역시 코로나19 확산이 끝나면 현재처럼 인기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당근마켓이 국민 서비스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월간 순이용자(MAU) 1000만 명을 넘어섰고,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는 만큼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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