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 없는 게 윤공주의 색깔”… 두 공연 오가는 야누스의 얼굴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5-12 03:00 수정 2021-05-12 04:07
뮤지컬 데뷔 20주년 맞은 배우 윤공주
뮤지컬 ‘시카고’에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섹시하게 부르는 ‘벨마 켈리’.
배우 윤공주(40)는 무대 위 여배우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두 배역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노래, 안무, 연기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만능 캐릭터로 평가받지만, 정작 본인은 “나만의 색깔이 없어서”라며 두 작품을 매끄럽게 오가는 ‘비결’을 겸손하게 표현했다.
하루는 알돈자로, 다음 날은 벨마 켈리로 사는 윤공주를 최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지난해 개막할 예정이었던 ‘맨오브라만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차례 연기되면서 윤공주는 격일로 두 공연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오늘 빨갛게 손톱 매니큐어를 칠하면, 내일은 매니큐어를 말끔히 지우고 무대에 오른다. 내 안에는 알돈자의 한(恨)도, 벨마의 화려함도 있다. 변신하느라 힘들 틈이 없다”며 웃었다.
윤공주가 맡은 두 역할은 판이하다. 알돈자는 죽지 못해 살아가는 비운의 여주인공. 사람들의 멸시 속에서 버티다 유일하게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대하는 돈키호테를 보고 비로소 희망을 품는다. 반면 쇼 뮤지컬의 정점인 시카고에서 벨마 켈리는 남편을 살해해 복역 중인 죄수다. 진한 검정 가발을 쓰고 격하게 춤추며 강렬한 퇴폐미를 뽐내는 게 포인트다.
윤공주는 “보기와 달리 알돈자가 훨씬 힘들다”고 했다. 특히 “알돈자는 주인공인 돈키호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가 된다. 감정을 후반부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은 격한 춤보다 현기증이 난다. 공연 전 더 든든히 먹어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26세인 2007년 처음 알돈자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어린 나이에 대작에 발탁된 파격적 캐스팅이었다. 올해까지 다섯 번째로 알돈자 역할을 맡으며 그의 대표 캐릭터로 키워냈다. “14년 전 첫 공연 때는 장면마다 잘 해내느라 급급했죠. 지금은 아무래도 표현의 여유, 자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맨오브라만차의 상대역은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다. 윤공주는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제겐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 조승우는 무대가 끝나면 “역시 뮤지컬은 윤공주지”라며 자주 칭찬한다고. 윤공주는 “‘윤공주 스타일’의 알돈자를 조금이나마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물론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다”며 웃었다.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첫 무대에 선 윤공주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음정 하나만 틀려도 혼자 펑펑 우는 건 다반사였다. “남들은 저를 완벽주의에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만큼 치열하게, 독하게 20, 30대를 보냈다”고 떠올렸다. “언젠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덕분에” 한 번도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자신감과 책임감을 갖춘 윤공주는 지금 한국에서 ‘프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최근 대작 뮤지컬에서 윤공주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나만의 색이 없는 게 윤공주의 색깔”이라는 그의 색채는 올해 뮤지컬계를 어느 때보다 짙게 물들이고 있다.
맨오브라만차, 1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만∼15만 원, 14세 관람가.
시카고, 7월 18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6만∼14만 원, 14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뮤지컬 ‘시카고’에서 검은색 단발 가발을 쓴 채 벨마 켈리를 연기하는 윤공주(왼쪽 사진).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는 남성들의 괴롭힘에 고통스러워하는 알돈자 역을 맡았다. 신시컴퍼니·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죽어가는 돈키호테를 보며 “내 이름은 둘시네아예요”라고 결연히 고백하는 ‘알돈자’. 뮤지컬 ‘시카고’에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섹시하게 부르는 ‘벨마 켈리’.
배우 윤공주(40)는 무대 위 여배우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두 배역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노래, 안무, 연기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만능 캐릭터로 평가받지만, 정작 본인은 “나만의 색깔이 없어서”라며 두 작품을 매끄럽게 오가는 ‘비결’을 겸손하게 표현했다.
하루는 알돈자로, 다음 날은 벨마 켈리로 사는 윤공주를 최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지난해 개막할 예정이었던 ‘맨오브라만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차례 연기되면서 윤공주는 격일로 두 공연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오늘 빨갛게 손톱 매니큐어를 칠하면, 내일은 매니큐어를 말끔히 지우고 무대에 오른다. 내 안에는 알돈자의 한(恨)도, 벨마의 화려함도 있다. 변신하느라 힘들 틈이 없다”며 웃었다.
윤공주가 맡은 두 역할은 판이하다. 알돈자는 죽지 못해 살아가는 비운의 여주인공. 사람들의 멸시 속에서 버티다 유일하게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대하는 돈키호테를 보고 비로소 희망을 품는다. 반면 쇼 뮤지컬의 정점인 시카고에서 벨마 켈리는 남편을 살해해 복역 중인 죄수다. 진한 검정 가발을 쓰고 격하게 춤추며 강렬한 퇴폐미를 뽐내는 게 포인트다.
윤공주는 “보기와 달리 알돈자가 훨씬 힘들다”고 했다. 특히 “알돈자는 주인공인 돈키호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가 된다. 감정을 후반부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은 격한 춤보다 현기증이 난다. 공연 전 더 든든히 먹어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26세인 2007년 처음 알돈자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어린 나이에 대작에 발탁된 파격적 캐스팅이었다. 올해까지 다섯 번째로 알돈자 역할을 맡으며 그의 대표 캐릭터로 키워냈다. “14년 전 첫 공연 때는 장면마다 잘 해내느라 급급했죠. 지금은 아무래도 표현의 여유, 자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맨오브라만차의 상대역은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다. 윤공주는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제겐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 조승우는 무대가 끝나면 “역시 뮤지컬은 윤공주지”라며 자주 칭찬한다고. 윤공주는 “‘윤공주 스타일’의 알돈자를 조금이나마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물론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다”며 웃었다.
윤공주는 “저는 섭외 0순위 배우도 아니었고, 오디션에도 약한 사람이다. 다만 몇 안 되는 기회를 잡아 무대에 섰을 때 제작진, 관객에게 믿음을 쌓으며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은 그 어떠한 것보다 저를 살아있게 만드는 존재”라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시카고에 대해선 “체력 소모는 분명히 심한데 이상하게 점점 더 숨이 안 찬다.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공연 당일에도 매일 혼자 장거리 달리기를 하며 체력 관리를 해온 덕분이다. 동경의 대상이던 최정원 배우와 같은 배역을 맡았다. “언니를 절대 따라갈 순 없겠지만 ‘제2의 최정원’이라는 수식어는 마냥 좋다”고 했다.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첫 무대에 선 윤공주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음정 하나만 틀려도 혼자 펑펑 우는 건 다반사였다. “남들은 저를 완벽주의에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만큼 치열하게, 독하게 20, 30대를 보냈다”고 떠올렸다. “언젠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덕분에” 한 번도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자신감과 책임감을 갖춘 윤공주는 지금 한국에서 ‘프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최근 대작 뮤지컬에서 윤공주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나만의 색이 없는 게 윤공주의 색깔”이라는 그의 색채는 올해 뮤지컬계를 어느 때보다 짙게 물들이고 있다.
맨오브라만차, 1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만∼15만 원, 14세 관람가.
시카고, 7월 18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6만∼14만 원, 14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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