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돈 잡아먹는 헬스장보다… “내 공간에서 하는 나만의 운동법”

김상훈 기자

입력 2021-04-30 11:11:00 수정 2021-04-30 11: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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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위 선종을 제거하는 등 ‘건강 위기’를 겪은 후 직접 다섯 가지 동작을 조합해 운동법을 만들었다. 송 교수가 매일 연구실에서 하는 다섯 동작 중 하나인 런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50)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구실에서 운동을 한다. 누가 가르쳐 준 운동이 아니다. 송 교수가 직접 여러 동작을 조합해 만들었다.

먼저 몸 풀기 운동으로 5분 정도 국민체조를 한다. 이어 본 운동. 점핑 잭(팔 벌려 뛰기)을 35회, 스쾃 29회, 팔굽혀펴기 35회를 한다. 다음에는 런지를 다리의 위치를 바꿔가며 25회씩 한다. 마지막으로 깊은 호흡을 10회 하며 플랭크 동작을 취한다. 이 다섯 가지 동작을 마치는 데 10분 정도 걸린다.

5분 쉬고 난 후 같은 동작을 한 세트 더 한다. 마지막으로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5분가량 한다. 이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내외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호흡도 가팔라진다. 송 교수는 이 운동을 하기 위해 휴일에도 종종 연구실로 출근한다. 이렇게 운동한 지 2년 정도 지났다. 헬스클럽에 가도 될 텐데 굳이 이러는 까닭이 뭘까.



● 갑자기 찾아온 질병의 위기



송 교수는 위암 수술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2019년에는 서울성모병원의 위암 환자 생존율이 하버드대 병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현재 이 병원의 암병원 위암센터장 외에 대한외과위내시경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베스트 닥터라고는 하나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2010년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나타났다. 협심증이었다. 곧바로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아프고 나니 과거를 돌아봤다. 회식도 많았고 야근도 많았다. 몇 달 사이 체중도 4㎏이나 불어 있었다. 자신의 몸을 돌본다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시술 직후라 갑자기 심박 수가 높아질까 봐 운동은 피했다. 그 대신 음식 섭취량을 줄였다. 기름기 있는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회식 때는 구석에서 된장찌개만 조금 먹었다. 체중이 빠졌다. 그러나 홀가분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근육 손실이 커졌고 말라갔다. 우울해졌다.

2016년 두 번째 위기가 왔다. 위암 바로 전 단계인 선종이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제거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정신적 타격은 상당했다.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고, 자신에 맞는 운동을 찾지 못했다.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지속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 내 몸에 맞는 운동 종목 만들기

2017년 의정부성모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환경이 바뀐 것을 계기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송 교수가 선택한 운동은 필라테스였다. 2년 동안 필라테스를 했다. 처음에는 몸도 좋아졌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하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수술 시간과 겹치면 운동을 할 수도 없었다. 주 2회 강사를 찾아가야 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졌다.

2년 후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왔다. 필라테스에 대한 관심은 식어 있었다. 송 교수는 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손쉽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연구실에 매트를 깔고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몇 개 동작을 조합해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문가에게 영상을 보내 자문도 했다. 언젠가 플랭크 동작을 하는데 허리가 계속 아팠을 때도 전문가에게 영상을 보냈다. 그랬더니 배에 힘을 줘야 하는데 허리에 힘을 주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후 자세를 고쳤다.




이런 식으로 운동 종류를 조금씩 바꾸고 정비한 지 1년가량 흘렀다. 지금의 다섯 동작은 그렇게 얻은 것이었다. 다섯 가지 동작을 짠 원칙이 있다. 상체 근력운동을 위해 팔굽혀펴기를 넣었다. 하체 근력운동을 위해 런지를 넣었으며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플랭크와 스쾃을 넣었다. 팔 벌려 뛰기는 유산소 운동이다.


송교영 교수가 하체를 바닥에 댄 채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송 교수는 “처음 3, 4개월은 몸이 좀 쑤셨다. 목도 어깨도 아팠다. 1년 정도 꾸준히 하니 그런 증세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후 송 교수는 72~73㎏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또 모든 건강지표에서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일상 속 운동이 진짜 운동”

헬스클럽에 가면 다양한 운동장비가 갖춰져 있다. 그런 곳에서 운동하는 게 효율성이 높지 않을까. 이에 대해 송 교수는 “그렇지 않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매일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의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만약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한다면 30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가서 1시간을 하면 다시 30분의 마무리 시간도 필요하다. 비용도 만만찮다. 게다가 갑작스레 저녁 약속이 생기면 운동 자체를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송 교수는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를 권한다.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으란 얘기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송 교수는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꾸준히 해야 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 해도 중도 포기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비만의 역설’… 위절제술 후 생존률, 과체중 환자가 가장 높아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 1905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생존율을 조사한 적이 있다. 2016년 발표된 연구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과체중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정상 체중(18.5~24)이나 저체중(18.5 미만) 환자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수술 후 과체중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아졌다. 수술 후에는 위의 부피가 줄어들어 음식 섭취도 어렵고 흡수율도 낮아진다. 이 때문에 체중도 많이 줄고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과체중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송 교수는 “과체중 환자들은 충분한 에너지를 몸에 비축하고 있어 수술 후 근육 손실량이 적어 생존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를 ‘비만의 역설’이라고 했다.

이 연구의 메시지는 비만이 좋다는 게 아니다. 충분한 영양 공급이, 특히 환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실제 송 교수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송 교수는 스텐트 시술 이후에 건강에 위협이 되는 요소부터 찾았다. 당시에는 체중이 불어난 것이 큰 원인이라 생각했다. 이후 식사량을 많이 줄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대처법은 옳지 않았다. 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했어야 했다. 식사량을 줄이니 근육이 빠졌고, 면역력도 떨어지고 무기력해졌다.

송 교수는 그때 근육을 유지하면서도 체질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음식 조절과 운동을 병행한 까닭이다. 송 교수는 “특히 40대와 50대 암 환자들의 경우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패배감이 굉장히 크다. 때론 그런 감정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환자들에게도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한다.

환자들이라면 일단 마음의 여유부터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골라야 한다. 단 10분이라도 괜찮으니 일단은 시작하는 게 좋다. 다음은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송 교수는 “당장 운동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즐기면서 하겠다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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