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털렸다” 코로나로 늘어난 무인점포 절도 피해 속출

유채연 기자 , 조응형 기자

입력 2021-04-29 21:33 수정 2021-04-3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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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29일 오전 1시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한 무인빨래방.

인적이 드물어진 새벽을 틈타 고교생 A 군(16) 등 청소년 3명이 점포에 들어왔다. 수상한 거동을 보이던 이들은 곧장 세탁기에 달려있는 현금보관함에 다가가 도구를 이용해 자물쇠를 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성공하지 못했다. 서초구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늦은 시간에 10대들이 빨래방에 들어가는 걸 수상하게 여겨 인근 파출소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곧장 출동한 경찰은 A 군을 현장에서 체포했으며, 외투와 모자 등을 내버려둔 채 달아난 나머지 2명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경기 안산에 사는 청소년들로 파악됐다. 도주한 2명도 특정돼 곧 검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크게 늘어난 ‘무인점포’에서 절도 등 범죄 발생이 잦아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28, 29일 강남에 있는 무인점포 20곳에 ‘최근 절도 등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17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며 인건비 절감과 비대면 서비스 차원에서 상주 직원을 두지 않는 가게들이 증가했지만, 지키는 이가 없다보니 손쉽게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무인점포가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국내 편의점체인 4개만 기준으로 해도 2018년 94개였던 무인점포는 지난해 말 743개로 8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엔 무인빨래방과 무인커피전문점, 무인아이스크림가게 등도 선보이며 숫자는 훨씬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당연히 CCTV 등의 보완장치가 있겠지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심리적 부담을 덜어줘 쉽게 범행을 마음먹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는 무인점포에서 절도를 저지르는 이들 가운데 청소년이 적지 않는 점과도 이어진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이 없다보니 10대도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조용한 주택가 점포들이 특히 취약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충남에선 청소년 5명이 대전과 청주, 천안 등을 돌아다니며 5차례에 걸쳐 300만 원어치 금품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구에서 무인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B 씨(41)는 “10대로 추정되는 4명이 약 2분 정도 현금보관함을 뜯으려다가 실패하고 나가는 모습이 CCTV에 잡힌 적이 있다”고 전했다.

무인점포는 절도의 고충만 겪는 게 아니다. 술에 취한 시민들이 가게에 들어와 노상방뇨나 구토를 저지르고 가는 일도 빈번하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무인빨래방에선 20대 4명이 새벽에 술판을 벌이고 흡연까지 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적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경찰들은 “무인점포 탓에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지구대 경찰은 “범죄가 잦다보니 무인점포는 반드시 순찰 루트에 포함시킨다. 순찰차에서 내려 직접 살펴보는 범죄예방진단 활동도 벌인다”고 전했다. 한 파출소 측은 “범죄예방은 당연히 경찰 업무지만, 무인점포는 직원이 없어 사사로운 것까지 다 챙겨야 해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무인점포라 사람이 없더라도 항상 감시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그래야 범행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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